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시리자의 몰락





“그리스인들은 시리자(Syriza)의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퍼부은 포도주와 장미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유럽 매체 아탈라야르는 21일 그리스 총선에서 집권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이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대승을 거두자 이렇게 논평했다. 이번 선거에서 4년 만의 재집권을 노린 시리자는 최저임금 월 100유로 인상, 주 35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 등 포퓰리즘 공약을 승부수로 내놓았다. 하지만 40.8%를 득표한 1위 신민당에 20%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격차로 뒤져 더욱 멀어진 민심을 확인해야 했다.



2004년 좌파 세력 연합체로 출발한 시리자는 2012년 총선에서 71석을 차지한 원내 2당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5년에는 유럽연합(EU) 등 채권단이 요구하는 고강도 긴축안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불만을 파고들어 집권당이 됐다. 2009년부터 시리자를 이끈 치프라스 당수는 부채 탕감과 긴축 중단 공약으로 민심을 사로잡으며 그리스의 최연소 총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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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퓰리스트 신생 정당의 밑천은 집권과 동시에 드러났다. 부도 위기국의 조타석에 앉은 치프라스는 ‘EU 탈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거부하는 벼랑 끝 전술을 폈지만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며 경제가 마비되자 백기를 들었다. 결과는 공약과 상반되는 연금 삭감과 세금 인상, 더욱 혹독한 긴축이었다. 지지자들의 배신감은 컸다. 성장 정체, 실업과 생활고, 두뇌 유출 등으로 경제가 빈사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한 점도 민심 이반을 부추겼다.

결국 시리자는 2019년 신민당에 정권을 내줬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의 경제정책 성공은 시리자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약화시켰다. 혹독한 경제난과 디폴트의 쓰라린 기억이 생생한 그리스인들은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불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 시리자의 쇠락이 보여주듯 인기 영합 선심 정책은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는 우리 정치권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신경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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