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행위는 기본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과거 의사들이 청진기 하나로 판단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한 빅데이터 패턴으로 진료할 수 있게 됐습니다.”
1세대 의료 AI 기업 루닛(328130)의 서범석 대표는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혁신과 성장을 위한 M&A 시장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제9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암은 수천·수만 종류가 있는 복잡한 질병이기에 AI 의료 데이터 분석이 진단과 치료를 정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서 대표는 의료 기술의 고도화로 의사와 환자들이 접할 수 있는 데이터가 복잡해질수록 AI를 활용한 치료 접근이 필수적이고 이에 따라 헬스케어 AI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의료 AI 시장이 매년 50% 이상 성장해 2025년 약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이스트 석·박사 연구 인력 6명이 모여 2002년 설립한 루닛은 국내 스타트업 중 최초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AI 의료 솔루션을 개발했다. AI 의료 솔루션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으로 얻은 영상 정보를 암 세포 발견과 같은 의료 정보로 가공해 의사의 진료 판단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루닛은 지난해 7월 기술특례 전형을 이용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2곳의 기관에서 모두 기술 등급 ‘AA’를 받았다. 역대 헬스케어 기업들이 받은 등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 대표는 AI를 활용한 암 정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AI 기술로 가장 흔하면서도 사망률이 높은 폐암과 유방암 진단·치료에 집중하고 있다”며 “AI는 영상을 픽셀(디지털 화면의 가장 작은 단위) 단위로 분석하기에 인간 전문의보다 영상 판독 정확도가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2019년 2억 원에 불과했던 루닛의 매출은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139억 원으로 늘었다. 올 1분기 매출은 11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매출의 약 80%를 달성했다. 서 대표는 성장 비결에 대해 “암 등의 질병을 AI로 해결하기 위한 목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 초창기 엑스레이(X-ray) 장비 등 영상 의료기기를 만드는 해외 기업과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은 전략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서 대표는 “창립 초기부터 글로벌한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회사 임직원의 20%가량이 해외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장 전 유치한 투자금 1590억 원 중 60%(950억 원)가 해외 자금이다.
서 대표는 “GE헬스케어·후지필름 등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파트너사들의 엑스레이 시장 점유율만 50%에 달한다”며 “현재 루닛은 파트너사 점유율의 약 2%를 (매출원으로) 확보했다. 향후 잠재 시장에서의 대규모 매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