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1위다.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A’ 시리즈가 잘 팔리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가 가세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올해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 대국으로 부상할 인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저가폰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반격이 거센데다, 확대되는 인도 프리미엄폰 시장을 정조준하는 애플의 공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4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기록했다. 비보와 샤오미는 1분기에 각각 17%와 1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4분기 이후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4분기 1위를 탈환한 후 올 들어 2·3위와 격차를 더 벌렸다. 갤럭시A 시리즈가 선전하고 1분기에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가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에게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20%대가 넘던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0%대로 떨어졌다. 현 정부 들어 대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반등을 노리기 힘든 상황에서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인도가 급부상했다.
올해 중국을 누르고 인구 1위 대국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한 인도는 잠재 수요가 많은데다 고급 스마트폰 보급율도 낮아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4만 5000루피(약 72만 원) 이상 가격대 제품이 올 1분기 가장 높은 66%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인도의 1분기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지만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23% 늘어 5G 비중도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지난해 처음 5G 주파수 할당을 마친 인도 시장은 한동안 5G 사용 인구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은 5G 보급형·프리미엄 제품 모두 탄탄히 라인업을 갖춘 삼성전자에게 희소식이지만 동시에 애플의 공세가 거세질 수 있는 요소다. 아직 한자리 수 점유율(6%)에 불과하지만 애플의 인도시장 출하량은 1분기에 50% 증가했다. 애플의 1분기 매출은 대부분 시장에서 감소했지만 인도가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늘었다. 애플은 지난해 9월부터 아이폰14를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어 뭄바이와 뉴델리에 연이어 애플스토어를 개장하는 등 제조·판매 분야에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비보·샤오미·오포·리얼미 등 중국 제조사들도 중저가 제품 위주에서 폴더블폰 등 폭넓은 가격대에서 삼성전자와 전선을 넓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삼성이 1위를 수성하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와 애플의 공세를 동시에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와 애플의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 공장의 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인도 생산 물량을 늘리면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주요 부품에 대해 세제 혜택으로 부품값도 낮출 수 있다. 또한 인도내 최대 규모인 연구개발·디자인 센터 역량을 활용해 인도 이용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애플,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는 중저가 브랜드 비중이 여전히 높고 중국과 외교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만큼 다양한 제품군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쌓은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