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여의도역 주변에 70층 이상의 고층 빌딩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한 것은 여의도에 국제금융 중심지를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그간 서울을 ‘글로벌 톱5 금융허브 도시’로 도약시키고 그중에서도 여의도에 국제 디지털 금융지구를 조성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지구단위계획은 이 같은 구상을 도시계획적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앞서 서울시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여의도 아파트들의 높이와 용적률을 최고 200m와 800%로 상향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초고층 마천루로 재탄생할 여의도의 밑그림이 완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했으며 25일부터 열람 공고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마련된 지구단위계획안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 3월 유럽 출장 시 발표한 내용에 대한 구체적 실행 계획안으로, 여의도를 국제 디지털 금융지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동여의도 일대(112만 586㎡)에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인센티브, 높이 완화 등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핵심은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에 대한 높이 규제 폐지다. 시는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구 △금융업무지원지구 △도심기능지원지구 △도심주거복합지구로 구분하고 이 중 국제금융중심지구 내에서도 핵심지를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로 정해 이 일대에 350m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을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는 현재 여의도역 교보증권 빌딩, 여의도 종합상가, 한국거래소 등이 들어서 있는 여의도역 주변부로 시는 이 지역에 350m가 넘는 초고층 건물을 유도해 입체적인 경관을 형성하고 세계적인 수변 도시 경관을 창출할 방침이다.
기준 높이는 350m지만 창의·혁신 디자인 등이 담긴 세부 개발계획에 따라 추가 완화도 가능해 사실상 이 일대에 대한 높이 규제를 폐지했다. 예를 들어 현재 지상 20층인 교보증권 빌딩이 최소 350m로 재건축되는 것이 허용되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파크원의 높이가 333m인 점과 기준이 있어야 관리가 수월한 점을 고려해 기준 높이를 350m로 잡은 것”이라며 “창의·혁신 디자인 외에도 친환경이나 개방형 녹지 및 공공시설 제공 등에 따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추가적인 높이 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해당 지역에 위치한 빌딩들이 재건축을 꾸준히 추진해온 만큼 오래된 건물들이 소재한 필지를 합치는 방식 등으로 개발하는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용적률도 대폭 올려준다. 시는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를 용도지역 조정 가능지로 지정해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 일대는 명동·상암동에 이은 서울의 세 번째 중심상업지역으로서 용적률을 1000%까지 부여받는다. 친환경, 창의·혁신 디자인을 적용할 경우 1200% 이상도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현재 해당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건물들의 경우 과거에도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기부채납을 하더라도 용적률 인센티브 기준이 없어 기존 800% 용적률에서 크게 변경이 어려웠다”며 "이번 지구단위계획안으로 높이 규제 완화와 용적률 완화를 함께 적용받을 경우 높이 350m 이상에 1200% 이상의 용적률을 적용받는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용도지역을 상향하지 않고 현재의 일반상업지역을 유지할 경우 보험업과 은행업 등의 전통적인 금융 업종이나 정보통신기술(IT)이 접목된 핀테크 업종을 도입하면 도입 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최대 1.2배까지 용적률을 완화해 금융 관련 공간을 확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시는 금융업무지원지구의 경우 중소 규모 금융 시설, 금융 지원 시설, 배후 상업 공간을 확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이 일대는 금융 시설과 금융 지원 시설을 권장용도로 계획했다. 도심기능지원지구는 도심 활동에 필요한 생활 지원 기능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 생활 편익, 주거 등 다양한 입지가 가능하도록 건축물 용도 제한을 최소화했다. 다만 2020년 6월 실효된 학교 부지는 제2종주거지역(7층 이하)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심주거복합지구는 재건축 등 개발을 추진 중인 4개의 아파트 단지가 포함된 만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향후 별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계획 수립 기준만 제시했다. 이 밖에도 보행 중심의 걷고 싶은 도시 환경 조성을 위해 개방형 녹지 공간을 도입하고 공공 보행 통로를 설치하며 철도역사·지하보도 중심의 입체적인 보행 네트워크도 계획했다.
이번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에 앞서 서울시가 내놓은 ‘여의도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이 확정될 경우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시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여의도 아파트 단지들에 대해 높이를 최고 200m까지 허용하고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계획구역이 되면 별도의 세부 개발계획에 따른 용적률·건폐율이 적용돼 현재 12~13층인 여의도 단지들이 60~70층까지 높아질 수 있다.
시는 열람 공고를 마친 뒤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 심의가 완료되면 시 도시건축공동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고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