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영어도 모르나 봐"…홍콩 승무원, 中본토 승객 조롱했다 '해고'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연합뉴스 캡처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연합뉴스 캡처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중국 본토 승객들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한 승무원들을 해고하고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23일 로이터 통신과 홍콩 더스탠더드 등에 따르면 이날 캐세이퍼시픽은 비영어권 승객들에 대해 차별적인 발언을 한 승무원들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캐세이퍼시픽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사과했다.

로날드 람 캐세이퍼시픽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밤 또 다른 성명을 통해 내부 조사를 시행한 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승무원 3명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캐세이퍼시픽은 직원 개개인의 중대한 사규 및 윤리 위반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말씀드리고 싶다”고 사과하며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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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 익명의 승객은 지난 21일 중국 청두에서 홍콩으로 가던 캐세이퍼시픽 여객기에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일부 승무원들이 본토 승객들을 비하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승무원들의 휴식 공간 앞쪽 좌석에 앉아 있었다는 이 승객은 31초 분량의 녹음파일도 공개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승무원들이 담요(blanket)를 요청하면서 “카펫(carpet)을 달라”고 잘못 말한 승객을 언급하며 “영어로 담요라고 말하지 못하면 담요를 얻을 수 없다. 카펫은 바닥에 있다. 카펫에 눕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승무원들은 영어와 광둥화로 대화했다. 중국 표준어는 푸퉁화(만다린)이며 남부 광둥성과 홍콩에서는 광둥화를 구사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푸퉁화를 쓰는 승객에 대한 차별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며 캐세이퍼시픽의 기업 문화에 대해 “외국인을 숭배하고 홍콩인을 존중하지만 본토인들은 깔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캐세이퍼시픽은 매번 단순히 사과만 해서는 안 되고 엄중히 잘못을 시정하고 규칙과 규율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아울러 홍콩에서 푸퉁화의 수준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면서 “홍콩에서 푸퉁화를 경시하고 영어를 숭배하는 풍조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썼다. 광둥화와 함께 영어 사용이 주를 이뤘던 홍콩에서는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중국 당국에 의한 푸퉁화 교육이 강화되는 추세다.

한편 이번 사건은 최근 홍콩관광청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홍콩 관광산업을 부흥하기 위해 항공권 1만장을 무료로 배포하는 등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캐세이퍼시픽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사의 재건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2020년 이후 코로나 관련 항공기 결항, 국경 폐쇄, 승무원에 대한 엄격한 격리 조치 등에 따라 승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미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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