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피해자 지원을 위한 후속 작업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중 피해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 기준을 마련해 신속한 피해 구제에 나설 방침이다.
25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 28일 만이다. 법안은 재석 의원 272명 중 찬성 243명, 반대 5명, 기권 24명으로 통과됐다. 이날 본희의를 통과한 특별법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국무회의를 거쳐 6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간 쟁점이었던 피해 보증금 보전과 관련해선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최우선 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우선변제금 초과 구간은 2억 4000만 원 한도로 연 이자 1.2∼2.1%의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특별법 적용 대상은 당초 정부·여당 안보다 확대했다. 전용면적 85㎡ 이하 면적으로 제한한 주택 면적 기준은 삭제했고 최대 보증금도 기존 4억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했다. 임차인이 보증금 '상당액'을 손실하거나 예상되는 경우로 정했던 피해자 인정 기준도 없앴다. 전세 사기 피해자 외에 '무자본 갭투기'로 인한 깡통전세 피해자, 근린생활시설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야당에서 요구한 ‘보증금 채권 매입’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피해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게 피해 주택의 경·공매를 맡기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경·공매 비용 중 70%는 정부가 부담한다. 이 밖에도 △피해자를 위한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 제공 △20년간 전세 대출금 무이자 분할 상환 △조세 채권 안분 △전세 사기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LH 공공임대 활용 등의 지원 방안도 담고 있다.
특별법은 2년 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여야는 법 시행 후 6개월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보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 입법하거나 적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차질 없는 법 시행을 위해 피해자 신청 및 결정 세부 절차, 위원회 구성 및 운영방안 등을 담은 시행규칙의 입법 예고 등 관련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제정·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구성은 법 시행 전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30명 규모로, 법률 전문가와 학계, 감정평가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다.
국토부는 다음 달 7일 위원회를 열고 인천·부산 등 지자체에서 접수한 경·공매 유예·정지 신청건을 검토해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 시행일에 맞춰 바로 위원회를 열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위원 구성을 서두를 예정”이라며 “현재 임시조직인 전세사기피해지원준비단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규조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령에 규정이 필요한 조세채권 안분, 정부 조직 구성 등의 사항은 1개월 후인 7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은 법 시행 즉시 관할 지자체(광역시·도)에 관련 서류를 갖춰 피해자 인정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신청서 제출 방법과 담당부서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 시행 전 국토부와 시·도 홈페이지, 안심전세포털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신청서를 제출한 임차인은 관할 지자체의 조사와 국토부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60일 내에 전세 사기 피해자 여부를 결정받아 특별법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자료 보완 등 심의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심의 기간이 15일 연장될 수 있다. 결과에 이의가 있는 피해 임차인은 30일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20일 내 재심의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국토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신청 접수와 조사 등 특별법 이행을 위해 17개 시·도와 긴밀한 협조를 준비하고 있다. 이달 26일에는 각 시·도 담당자들이 참석하는 실무회의를 개최해 업무매뉴얼를 배포·설명하고 지자체별 이행준비 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주거안정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별법이 차질없이 신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