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치료를 위해 1년에 1만 8000명 대상 유전자 분석이 이뤄지는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기술을 활용하는 세계 1위 시장입니다."
로버트 맥브라이드 일루미나 코리아는 2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전세계 유전체 산업에서 한국의 시장성을 이같이 평가했다.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장비 기업으로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일루미나는 올해 3월 별도의 한국 지사 대표(General Manger) 자리를 신설하고 아시아태평양·일본의 세일즈 총괄로 재직했던 맥브라이드 대표가 자리를 맡았다. 그는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 유전체 분석 기술이 급속도로 적용되며 빠르게 성장하는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며 "싱가포르, 호주 등과 경제적 수준과 보건 의료 체계가 유사한 한국을 독립적인 시장으로 분류해 파트너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루미나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1998년 설립된 이후 2000년대 인간게놈프로젝트(HGP)가 촉발시킨 유전체 분석 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유전체 산업과 관련해 분석 장비, 진단 시약, 키트 등을 원천 기술을 개발해 장비와 설비를 제조한다.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 국내외 대부분의 유전체 분석 기업들이 일루미나의 장비를 채택하고 활용할 만큼 산업의 표준을 이끄는 중이다. 특히 팬데믹 속에서 2020년 1월 최초의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시퀀싱 검사도 일루미나 플랫폼에서 시행됐다. 변이를 거듭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체 테스트 80%는 일루미나의 기술을 기반했을 정도다. 맥브라이드 대표는 "일루미나는 진단기업을 포함한 수많은 고객사에 자동차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플랫폼과 장비를 활용해 고객사의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게 일루미나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맥브라이드 대표는 팬데믹을 기점 급성장한 국내 진단기업들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유전체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암 환자 대상 유전자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하는 기술과 의료 체계는 한국이 호주에 5년 정도 앞설 만큼 전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방대한 바이오의료 빅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하면 향후 과도한 치료 비용을 미리 낮출 수 있는 조기 진단에 있어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타깃 질병에만 유전자 변이 여부를 보는 호주 등의 국가보다 500여 개 유전자 전체를 분석하는 한국의 규제 기반이 앞서있다"고 덧붙였다.
일루미나는 DNA 분석 규모를 확대하고 속도를 높이는 혁신을 지속해 유전체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지속해서 촉매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출시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장비 'NovaSeq x'는 기존의 48시간 분석 시간을 24시간으로 2배 단축했다. 맥브라이드 대표는 갈수록 저렴해지는 NGS 비용에 대해 "게놈프로젝트에서 15~20년이 걸렸던 인간의 유전체 분석 시간이 이제 24시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며 "검시 비용을 낮추고, 검사 속도는 높이는 기술 혁신을 기폭제로 유전체 산업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희귀성 유전질환인 척수성 근위증(SMA)의 경우 태아의 출생 후 최대한 빨리 유전자를 발견해 적시에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면 한 인간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며 "이것이 유전체 산업이 인류에게 약속할 수 있는 미래"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