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만간 첫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겠다고 일본에 통보하며 사실상 한미일에 대한 안보 협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화전양면 전술’을 노골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근래에 한미·한일·한미일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삼각 안보 협력을 강화하자 약한 고리인 일본을 회유해 틈을 벌이려는 이간계로도 풀이된다.
29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은 31일 0시부터 다음 달 1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위성을 탑재한 로켓 발사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의 기존 서해위성발사장이나 그 인근에서 건설 중인 제2 발사장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그동안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우주로켓(우주발사체)을 개발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쏘아 올릴 경우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발사 행위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2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을 예고한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며 불법적 발사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이)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도 28일(현지 시간) 우리 언론 질의에 대한 대변인 답변을 통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북한의 어떤 발사도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데 사용되는 우주발사체(SLV)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29일 박상길 외무성 부상 담화로 응답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박 부상은 담화를 통해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북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은 말이 아니라 실천 행동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상은 일본이 전제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납치 문제 및 북한의 자위권을 놓고 ‘문제 해결’을 운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행한 정권들의 방식을 가지고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해결해보려고 시도해보는 것이라면 오산이고 괜한 시간 낭비”라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이 그동안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자칭 우주로켓을 발사한 것은 총 9번(시험 발사 포함)에 이른다. 그중 첫 시도인 1998년 8월 31일 발사(대포동 1호 미사일 활용)에서부터 20016년 2월 7일(광명성 로켓 활용)에 이르는 총 6번의 발사는 자칭 ‘광명성’ 시리즈로 명명한 일반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실행됐다. 해당 광명성 시리즈 위성 중 제대로 위성 궤도에 안착한 것은 2기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위성으로서 제대로 된 기능 작동을 하는 것은 전무하다는 게 우리 군의 평가다. 북한은 지난해 총 3회(2월 27일, 3월 5일, 12월 18일)에는 사실상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활용해 자칭 정찰위성 시험 발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북한이 정찰위성을 정식으로 발사할 경우 북한의 열 번째 위성 발사 시도가 된다.
우리 군은 북한이 자칭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위성의 성능이 지상 촬영 영상 해상도(분해능) 등의 측면에서 정밀도가 떨어져 군사용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지프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정찰위성 성능과 관련해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3m 혹은 그 이하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군사정찰용으로 유의미한 성능을 내려면 촬영영상 해상도가 1m이하는 돼야 한다. 특히 선진국들의 최신 군사위성들은 30㎝급 이하의 해상도를 구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역시 일반 다목적 위성용으로 이미 30~50㎝급의 해상도를 구현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