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IT피플] 함명원 파인더스AI 대표 "비전AI로 자동결제 비용 낮춰…한국판 아마존고 상용화 첫 도전"

매장서 물건 들고 나가면 자동결제

고가 라이다 없이 비전AI로 비용 절감

“업계 ⅓ 비용…인건비보다 싸게 공급”

“내달 시범 서비스, 내년 상용화 목표”


“미국 아마존고 같은 매장 자동결제 기술이 구인난과 인건비 부담의 이중고를 겪는 국내 유통업계에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용을 크게 낮춘 인공지능(AI) 기술로 국내 첫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함명원(사진) 파인더스AI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다음달 초 시범 매장을 열고 유통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해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인더스AI는 비전(시각정보) AI를 활용한 매장 자동결제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기술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3월 대형 벤처캐피털(VC)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71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국내 유통사 한 곳과 기술 공급을 논의 중이다.

편의점 같은 매장에서 소비자가 가지고 나간 물건을 인식해 그 비용을 자동으로 청구하는 자동결제 기술은 국내에서도 개발되고 있다. 2021년 아마트24가 신세계아이앤씨 등과 함께 개발해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술 체험 목적의 플래그십 매장이 아닌 아마존고와 같은 상용화 사례는 아직 없다.



함 대표는 “대부분 라이다(LiDAR) 같은 고가의 장비를 쓰면서 생기는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비전AI를 접목해 라이다 대신 카메라 같은 저가 장비만으로도 90% 후반대의 인식 정확도를 구현함으로써 비용을 업계 평균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으며 이는 해외 선두업체들과 맞먹는 3단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자동결제 기술은 비용 절감 정도에 따라 라이다나 피사체 거리를 인식하는 ‘뎁스카메라’를 시각 센서로 쓰는 1단계, 이보다 저렴한 일반 카메라를 쓰되 제품 종류별로 각기 다른 무게 센서가 필요해 여전히 비용 부담이 있는 2단계, 매대에 센서 하나만 달아 비용을 더 줄이면서도 제품별 무게 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 3단계로 나뉜다. 파인더스AI의 기술은 매장에 3.3㎡(1평) 당 2대, 일반적인 편의점 하나에 30대 정도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비전AI가 15분의 1초(0.067초) 단위로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해 그가 가져간 물건을 ‘가상의 장바구니’에 담는다. 사람의 20여개 관절 움직임을 바탕으로 자세와 시선을 분석하고, 모양과 포장 디자인으로 제품 종류까지 알아낸다. 여기에 더해 사람이 지나간 전후의 매대를 비교해 사라진 물건을 골라내고, 매대에 내장된 무게 센서로 그 물건만큼의 무게 변화도 측정하는 삼중 장치를 마련했다.

함 대표는 “비용을 더 줄이기 위해 AI 연산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경량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가령 어깨와 팔꿈치, 팔꿈치와 손목 간 길이 비가 일정하다는 아이디어를 알고리즘에 접목해 손 위치를 더 쉽게 알아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30~60㎡ 규모의 편의점에 2억 원 미만의 비용으로 기술을 공급하겠다는 게 함 대표의 목표다. 올해 최저임금 9620원과 야간수당을 감안하면 편의점이 24시간 운영되는 데 드는 인건비만 연간 1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이보다 저렴한 자동결제 기술을 도입할 동기가 생길 것이라는 계산이다. 함 대표는 “인건비에 구인난까지 겹친 한국에서 자동결제 기술의 시장 기회가 클 것”이라며 “노동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매장관리 같은 저숙련 노동력부터 수급에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편의점 매출이 한국의 2배 이상이면서 이미 구인난이 현실화된 일본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결제를 넘어 소비자 데이터 분석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그는 “온라인 커머스(전자상거래)의 경우 소비자가 어느 상품에 관심을 갖고 몇 초를 들여다보는지 세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 상품 추천 등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하다”며 “오프라인은 여전히 이같은 데이터를 얻을 마땅한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비전AI가 해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캘리포니아대로스엔젤리스캠퍼스(UCLA)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삼성전자 무선사어부에서 헬스케어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스타트업 프라이피에 최고책임기술자(CTO)로 합류해 스포츠 정보 제공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함 대표는 “최근 챗GPT 열풍으로 생성형 AI에 뛰어드는 업체가 많지만 결국 대기업이 장악할 수밖에 없는 시장일 것"이라면서 "비전AI처럼 신기술이 아니어도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 스타트업에게는 더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