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청년층에 밀·콩 재배 유도…농촌 고령화·식량위기 넘는다

[지속가능 농업 심는 직불금] <상>직불금, 구조개편의 키

가루쌀 등 이모작하면 지원금 더 줘

전략작물직불제 목표치 초과 달성

하계작물은 50대 이하가 40% 육박

고령농 '경영이양직불제' 강화 등

청년농 육성위한 제도개편도 필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의 가루쌀 재배 현장을 찾아 가루쌀 재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농식품부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의 가루쌀 재배 현장을 찾아 가루쌀 재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농식품부




농업의 고령화는 작물의 쏠림을 낳는 요인이다. 힘이 부친 고령의 농업인은 아무래도 익숙하고 기계화율도 100%에 육박하는 벼농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쌀이 남아돌더라도 ‘정부가 사줄 것’이라는 믿음도 작용한다. 역대 정부가 밀·콩 등 벼 외의 곡물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온 이유다. 쌀은 남아도는데 밀과 콩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현행 직불제는 기존 쌀소득보전직불·밭농업직불·조건불리지역직불·경관보전직불·친환경직불 등으로 나눠진 직불금을 ‘공익직불금’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해 2020년 확대 도입한 것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높이고 농민 소득 안정을 위해 농민에게 일종의 보조금 성격의 지원금을 주는 제도인데 올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추가했다.

시행 첫해지만 전략작물직불제도의 순기능이 기대된다. 지원금 수혜자가 쌀 농사 대비 젊은층에 집중되고 있고 작물 다각화를 유인해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정책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겨울철에 식량작물이나 사료용 곡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 1㏊당 50만 원, 여름철에 논콩·가루쌀은 100만 원, 사료용 곡물은 430만 원을 지급한다. 또 겨울철에 밀·사료와 여름철에 논콩·가루쌀을 이모작하면 1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구조다.




일단 농식품부는 올해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으로 1121억 원을 편성했다. 전체 직불금 예산이 2조 80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4.0% 정도다. 정부는 전체 직불금 예산을 내년에 3조 원 이상, 2027년까지 5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복안인데 순차적으로 전략작물직불제 예산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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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2027년까지 밀과 콩의 자급률을 각각 8.0%, 43.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2021년 기준 밀과 콩의 자급률이 각각 1.1%, 23.7%임을 감안하면 야심 찬 목표다.

흥행 조짐도 보인다. 접수 결과 가루쌀·콩·밀·동물용 사료 등 하계·동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작물에서 목표치를 초과하는 실적을 거뒀다.

특히 청년 농업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이 고무적이다. 40대 이하가 15.7%, 50대 17.2%, 60대 32.1%, 70대 이상이 35.0%로 나타나 50대 이하가 32.9%를 차지했다. 벼를 재배하는 농가 중 40대 이하가 3.8%에 불과하고 50대 이하로 범위를 넓혀도 17.3%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게다가 하계작물의 경우 40대 이하의 비중만 20.5%를 기록했으며 50대까지 합하면 40%에 육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하계작물의 경우 벼 대신 심어야 하는 만큼 젊은층의 참여가 더 두드러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청년농을 지원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전략작물직불제가 재배 작물 다각화로 이어져 식량안보 위기 완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로 올해 쌀 재배 면적을 전년(17만 7000㏊) 대비 3만 700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쌀 재배 면적이 줄어든다면 올해 쌀 생산량은 예상 수요량인 347만 톤에 부합해 공급 과잉 문제가 감소한다.

특히 밀을 대체할 용도로 가루쌀 보급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가루쌀은 일반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갈아서 빵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밀을 대체해 빵을 만들거나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재배 시기도 밀과 이모작하기에 유리하다. 밀은 주로 6월 중순에 수확하는데 기존 쌀은 6월 초 중순에 모내기를 한다. 이 때문에 농업인은 밀과 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반면 가루쌀은 6월 말에서 7월 초에 모내기를 해 밀 재배가 끝난 후에 가루쌀을 생산하기에 적합하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은 전략작물직불제에만 3조 원을 투입한다”며 “벼 대신 밀과 콩을 재배할 유인을 강화하려면 직불금 지급 단가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청년농 육성을 위한 직불금제도의 개편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농지은행에 농지를 매도하고 은퇴한 고령농에게 지원하는 경영이양직불제의 강화 등이 거론된다. ‘청년직불금’ 사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행 경영이양직불제는 낮은 원가 등의 이유로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경영이양직불제 단가를 인상해 고령농의 실질적 은퇴를 유도하고 청년농에게 농지가 이양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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