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두산 분화 대비하려면 국제공동연구 절실"

한국 화산학 최고 권위자 윤성효 부산대 교수

2003년 1200번이나 화산성 지진

최근엔 연 10회 안팎 안정기 돌입

20년전 데이터로 '임박'주장 안돼

분화 가능성에 지속 관측 필요

유엔 승인 등 정부지원도 이뤄져야

윤성효 부산대 교수. 사진=송영규 선임기자윤성효 부산대 교수. 사진=송영규 선임기자




“얼마 전부터 백두산 분화가 임박했다는 주장이 전염병처럼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당장 분화할 것같이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했죠. 문제는 이러한 주장 대부분이 20년 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지금 당장 일어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국내 화산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윤성효(사진) 부산대 명예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백두산 분화 임박설에 대해 “점쟁이 예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윤 교수는 일본 규슈대 방문교수, 중국 장춘지질학원 방문교수, 연변대 객좌교수를 거쳐 한국암석학회장, 한국화산방재학회장, 화산특화연구센터(VSCR) 초대 센터장 등을 역임한 국내 화산학의 대표 권위자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올해 근정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백두산에 관한 한 그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백두산을 실제 오른 횟수만 100회를 훌쩍 뛰어넘고 관련 논문도 51편이나 발표했다. 2018년부터는 한중 백두산 공동 관측 장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윤성효(오른쪽 두 번째) 부산대 교수가 국내외 연구진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윤성효 교수윤성효(오른쪽 두 번째) 부산대 교수가 국내외 연구진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윤성효 교수



사실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학자가 바로 윤 교수다. 2010년 대한지질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천지 아래 2~5㎞에서 화산성지진이 증가하고 주변 암벽에서 균열 붕괴 현상이 발생하는 등 분화 징후가 뚜렷하다며 폭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2001년까지 소규모로 발생하던 화산성지진이 2002년에는 연간 468회, 2003년에는 1208회, 2004년에는 468회로 급증했다”며 “그때는 정말 위험했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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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가 위기의 순간이었다고 지금도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백두산에서 발생한 화산성지진은 10여 년 전부터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현재는 연 10회 안팎에 불과하다. 분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현재는 완연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윤 교수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백두산 폭발 임박 주장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데이터만을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분화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곧 분화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것이 백두산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화산활동은 언제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각 내부의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갑자기 화산활동이 증가할 수도, 반대로 힘이 급속히 줄어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화산 분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백두산은 지하 5~10㎞ 부근에 거대한 마그마방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화산활동이 지금 조용하다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자연으로부터 공격을 당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백두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스위스 연구진에 따르면 울릉도 밑 100~150㎞ 지점에 거대한 마그마방이 존재하고 한라산 지하 50~60㎞ 지점에도 마그마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는 특별한 징후가 없지만 언젠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윤성효(오른쪽 세 번째) 부산대 교수가 백두산 화산활동 연구를 위해 동료들과 보트에 올라 천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윤성효 교수윤성효(오른쪽 세 번째) 부산대 교수가 백두산 화산활동 연구를 위해 동료들과 보트에 올라 천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윤성효 교수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백두산의 화산활동에 대한 국제 공동 연구가 절실하다. 하지만 이 영역에서 한국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 가장 큰 장애는 백두산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이 우리에게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국은 우리나라에 백두산에 대한 관측 장비 설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중국에 협조를 구해 관련 데이터를 얻는 것이 전부다. 그것도 윤 교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강화하면서 백두산에 한국 관측 장비의 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나는 중국과 3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직접 장비 설치는 할 수 없어도 관련 자료에 대한 협조는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타까운 점은 또 있다. 영국 런던대의 경우 유엔의 승인을 받아 북한에 6개의 지진계를 설치하고 백두산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백두산부터 동해안까지 지각 구조, 마그마의 존재 여부와 분포 형태 등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반면 우리는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과의 공동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윤 교수는 “영국도 백두산 연구를 위해 유엔의 승인을 받았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라며 “실제적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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