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도쿄 편의점에서 비빔밥을 파네?”…“우린 삼겹살 먹으러 韓 가요” [일본相象]

■"예스 코리아" 외치는 日 유통기업들…너도나도 ‘한국페어’ 개최

한일 관계 정상화 이후 트렌드 민감한 日 유통회사들

잇따라 한국페어 개최…비빔밥·간장게장·잡채 등 소개

“日 유통시장서 한국 음식이 차지하는 위상 높아져”

■ 깊어지는 日 한국음식 사랑…“삼겹살 최고…요샌 치즈 닭갈비 인기”

상대적으로 문턱 낮은 고기 요리 팬층 두터워

‘매운 맛’ 치즈 닭갈비·갈치조림 등도 주목받아

서울 맛 관광 온 일본인들에게 물어보니…

“청국장·간장게장 맛있었다”

일본 도쿄도의 세븐일레븐 편의점 매장에 한국음식 페어를 홍보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이수민 기자일본 도쿄도의 세븐일레븐 편의점 매장에 한국음식 페어를 홍보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이수민 기자




도쿄의 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한국페어를 알리는 홍보물이 붙어있다. 사진=이수민 기자도쿄의 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한국페어를 알리는 홍보물이 붙어있다. 사진=이수민 기자


‘일본相象(상상)’은 이웃나라 일본의 다양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아울러 한국과 닮은 사회적 현상·맥락을 짚어보고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예스 코리아" 외치는 日 유통기업들…너도나도 ‘한국페어’ 개최

한일 관계가 양국 정상 간 만남을 바탕으로 빠르게 정상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한국 음식 문화를 필두로 한 ‘YES KOREA(예스 코리아)’가 힘을 얻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프론토(PRONTO) 등 일본 전역을 아우르는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한국 음식을 주제로 한 행사를 진행하며 세대나 지역을 불문한 ‘한국음식 팬덤’이 만들어지고 또 강화되는 모습이다.

30일 한국관광공사와 일본 유통가에 따르면 일본 최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세븐일레븐 재팬(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진행된 한국 페어를 마무리 지었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총 2만 1400여개 점포를 보유한 세븐일레븐은 이번 페어에서 한국의 음식 문화를 알리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이 한국 페어을 위해 준비한 상품은 전주비빔밥과 간장게장을 활용한 주먹밥부터 불고기 김밥, 잡채, 비빔 냉면, 양념치킨 꼬치 등 식사 메뉴부터 콩가루를 묻힌 인절미, 푸딩 등 디저트까지 총 18종에 달한다. 또 이들 상품에는 ‘한국 방문의 해’를 알리는 로고가 스티커로 붙어있어 한국 음식에서 시작된 관심이 한국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본 세븐일레븐이 ‘한국 구루메 페어’에서 선보인 전주비빔밥 주먹밥. 세븐일레븐 홈페이지 갈무리일본 세븐일레븐이 ‘한국 구루메 페어’에서 선보인 전주비빔밥 주먹밥. 세븐일레븐 홈페이지 갈무리


양난영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차장은 “세븐일레븐 재팬에서 먼저 (공사에) 한국 음식을 주제로 한 이번 페어를 제안했다”며 “한국 음식만을 위한 이 같은 이벤트는 세븐일레븐으로서도 최초”라고 설명했다. 양 차장은 또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하루 평균 20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행사 기간 중 누적 2억8000만명에게 한국음식과 한국방문의 해를 알릴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며 “세븐일레븐은 이번 페어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메뉴를 골라 계속해서 생산, 판매할 계획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서 한국 음식을 주제로 행사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만큼 현지의 반응도 뜨거웠다. 행사 내용 개시를 알리는 세븐일레븐 인스타그램의 영상(릴스)은 7374건의 ‘좋아요’를, 행사 상품을 전한 트위터 글은 최대 33만번의 리트윗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전역에 카페 겸 바를 운영하고 있는 프론토는 오는 7월까지 한국 막걸리와 부침개 등을 선보이는 한국페어를 진행한다. 사진은 프론토에서 제공하는 한국음식 메뉴. 홈페이지 갈무리일본 전역에 카페 겸 바를 운영하고 있는 프론토는 오는 7월까지 한국 막걸리와 부침개 등을 선보이는 한국페어를 진행한다. 사진은 프론토에서 제공하는 한국음식 메뉴.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의 카페 겸 레스토랑 체인인 프론토도 지난 달 20일부터 오는 7월 31일까지 한국 음식을 주제로 한 페어를 진행하고 있다. 프론토는 아침부터 낮까지는 브런치 메뉴나 커피, 차 등을 팔지만 저녁 시간대에는 파스타와 주류를 판매하는 이탈리안 바를 콘셉트로 한 음식점이다. 프론토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치즈 닭갈비와 해물 야채전, 막걸리, 소떡소떡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일본 대형 유통·식음료 업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내수 시장에서 한국 음식 팬덤 층이 상당하다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중의 시선에 민감한 이들 업체들이 매상을 올리기 위한 ‘잘 벼려진 칼’로 한국 음식을 선택했다는 것은 곧, 한국 음식이 더는 특정 지역이나 연령, 성별에 한정된 문화가 아니게 되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기자가 도쿄 시내 편의점이나 100엔숍, 중소형 마트 등 어딜 방문하든 참이슬·비비고 만두·신라면 등 한국 제품들이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에 한류가 시작된 것은 2002년 ‘겨울연가’ 이후지만, 한국 음식이 대중적 인기를 누리게 된 시점은 팬데믹 이후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나리카와 아야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전 아사히신문 기자·한류 전문 칼럼니스트)은 “한국 소주도 예전에는 한국 식자재 마트에서만 판매했지만, 이제는 일반 마트를 가도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음식문화가 일본 내에 광범위 하게 퍼졌다”며 “이처럼 일본인들이 한국 음식을 친숙하게 여기게 된 것은 드라마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리카와 연구원은 이어 “특히 팬데믹 시기에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예를 들어 ‘사랑의 불시착’에 나온 치킨, ‘이태원 클라쓰’의 소주, 순두부 등이 드라마를 통해 팬층이 형성된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라고 덧붙였다.

■ 깊어지는 日 한국음식 사랑“삼겹살 최고…요샌 치즈 닭갈비 인기”

다수의 일본인 관광객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는 ‘한국식 고기구이(韓?の?肉·야키니쿠)’라 불리는 삼겹살을 꼽았다. 일본식 돼지고기 요리인 차슈(チャ?シュ?)와 비슷하면서도 불판에 구워 먹는 풍미가 남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코리아 타운이자 한국 음식을 먹기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진 도쿄 신오쿠보에는 한국식 삼겹살을 판매하는 식당이 곳곳에 있고, 매장 개점시간에 맞춰 긴 줄이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삼겹살에 대한 인기를 반영하듯 한국 유명 삼겹살 체인인 ‘하남돼지’도 최근 신오쿠보에 매장을 냈고, 식사 시간에 이 매장에 들어가려면 최소 30분 이상은 줄을 서야 한다. 신오쿠보에는 한국식 쌈과 삼겹살 구이를 즐길 수 있는 곳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5월 27일 도쿄 코리아타운 신오쿠보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이수민 기자지난 5월 27일 도쿄 코리아타운 신오쿠보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사진=이수민 기자


도쿄 신오쿠보 한국음식 가게의 메뉴. 홍어삼합부터 양념게장, 족발 등 다양한 메뉴가 적혀있다. 사진=이수민 기자도쿄 신오쿠보 한국음식 가게의 메뉴. 홍어삼합부터 양념게장, 족발 등 다양한 메뉴가 적혀있다. 사진=이수민 기자


지난달 서울과 부산을 방문했다는 마타요시씨는 최근 일본의 20대 사이에서 치즈닭갈비가 유행이라고 전했다. 오키나와 나하에 산다는 그는 “가장 유명한 한식은 역시 삼겹살이 정석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치즈닭갈비가 인기 있어서 인사동의 한 식당을 찾아간 적 있다”며 “어묵과 김밥도 일본과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이라 즐겨 먹었다. 나하에도 한국식 순대를 안주로 내놓는 이자카야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홋카이도 삿포로의 쓰다씨도 “오도리나 스스키노를 비롯해 삿포로의 번화가에는 다양한 한국 식당이 있다”며 “특히 치즈닭갈비는 꽤 오래 전부터 유명했다. 지금도 먹을 수 있는 가게가 많다”고 떠올렸다.

지난 28일 남대문시장의 ‘갈치 골목’에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태원 기자지난 28일 남대문시장의 ‘갈치 골목’에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태원 기자


지난 28일 남대문시장의 한 호떡 노점에서 음식을 사먹고자 기다리는 사람들.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소라고 전한다. 사진=김태원 기자지난 28일 남대문시장의 한 호떡 노점에서 음식을 사먹고자 기다리는 사람들.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소라고 전한다. 사진=김태원 기자


팬데믹 여파가 가라앉은 후 다시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서울 관광명소를 취재한 결과, 한국의 매운 맛을 즐기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다수 보였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남대문시장의 ‘갈치골목’은 일본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곳의 한 가게 업주는 “골든위크(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일본의 황금연휴)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많은 일본인들이 온다”며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일부 일본인 손님은 조금 덜 맵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도쿄 거주 30대 여성은 “한국의 빨간 음식은 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며 “한국의 김치도 생각보다 맵지 않아 편의점에서도 김치 김밥을 사 먹었다. 적당히 매콤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참치가 들어간 주먹밥도 일본의 맛과 비슷해 먹을 만했다”고 설명했다.

광장시장의 한 육회전문점이 손님으로 가득한 모습. 독자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도 많았다고 한다. 사진=독자 제공광장시장의 한 육회전문점이 손님으로 가득한 모습. 독자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도 많았다고 한다. 사진=독자 제공


같은 날 방문한 명동의 한 분식집에서는 20대로 밝힌 일본인 여성 2명을 만났다. 히로시마에서 서울을 찾아왔다는 그들은 냉면과 고기만두, 당근레페김밥을 먹는 중이었다. 이번 한국관광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묻자 “간장게장이 최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그들은 “일본의 간장게장은 냉동이 많은데 한국은 차원이 다른 맛이어서 감동 받았다”면서 “광장시장에서 육회와 낙지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다음에는 매운 김치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다양한 먹거리에 관심을 보인 이들은 “편의점에서 많은 디저트를 사먹었다”며 “그 중 특히 비요뜨가 아주 맛있었다. 요구르트를 좋아해 일본에서도 다양한 종류를 먹지만 이처럼 초콜릿을 넣는 방식은 매우 신선했다”고 호평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맛집 방문을 위해 꼭 들린다는 논현동 먹자골목에서는 교토에서 온 30대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음식은 콩국수였다. 더울 때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더욱 기대가 컸다”라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청국장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며 “낫토와 유사한 느낌이었지만 낫토는 국물로 먹은 적이 없어서 이 또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도 말했다.

도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김태원기자 revival@sedaily.com

관련기사








이수민 기자·김태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