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분석 모델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조직적으로 벌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앞으로 수사기관과 협조를 통해 범죄 예방, 여죄 수사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AI기반 보이스피싱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실제 보이스피싱으로 신고된 음성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기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쓰던 러시아·영국 모델은 한국어 판별에 한계가 있어 행안부는 군집화 기능 등을 갖춘 자체 모델을 개발해 올해 2월말부터 활용하고 있다.
행안부 통합데이터분석센터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5년부터 2023년 3월까지 금융감독원에 피해 신고된 1만2323개(남성 1만368건·여성 1955건)의 음성 파일을 분석한 결과 군집화 기능을 활용해 범죄조직 규모와 범죄조직별 범죄 가담 건수를 확인했다.
범죄자 음성을 연쇄적으로 추적해 동일 범죄 집단(2명 이상)으로 군집화한 결과 235개 범죄조직에 633명이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2명으로 구성된 범죄조직이 160개로 가장 많았다. 가담자 규모가 가장 큰 조직은 18명으로, 18명으로 구성된 2개의 조직이 각각 137건와 87건의 범죄를 저질렀다.
또 이번 분석을 통해 범죄자 규모와 가담 횟수도 밝혀냈다. 피해 접수 파일 중 중복된 음성을 제외하고 분석한 결과 범죄가담자는 551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범죄 가담 건수의 경우 1회 가담자는 3042명(55.2%)로 절반 넘게 차지했다. 2회 이상 가담자는 2471명(44.8%)으로 나타났으며 범죄자 한 사람이 최대 34건의 각기 다른 범죄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AI 모델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행안부는 이번 분석 결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파악된 범죄조직 정보와 이미 검거된 범죄자의 음성을 비교하는 경우 여죄 추궁과 연루자 파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TF’ 등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예방을 지원하고, 분석 활용 범위를 전세대출사기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선용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이번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결과를 수사현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범죄자 검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관련 기관별로 관리 중인 보이스피싱 신고 음성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범죄예방과 범죄자 검거에 필요한 음성분석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