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3개 부처가 동시다발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 와중에 중국 전투기는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에 근접 비행하며 공격적인 기동을 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30일(현지 시간) “2022회계연도에 대(對)중국 수출 승인 요청 중 4분의1가량을 거부하거나 반려했다”고 밝혔다. BIS는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상품·소프트웨어·기술 등 총 5064건의 수출 또는 재수출 승인 요청을 심사한 결과 26%가 거부되거나 반려됐다”고 전했다. BIS는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정밀기술이나 대량살상무기(WMD) 등과 관련해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물품을 수출하려면 BIS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테아 로즈먼 켄들러 BIS 차관보는 “군사용으로 가능한 상업용 품목을 대상으로 더 강한 수출통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 등을 거론하며 “통제 조치 이후 중국은 막대한 자원을 반도체에 쏟아붓고 있다”며 “하지만 돈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의 ‘우주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국무부 차원의 우주외교 프레임워크도 발표했다. 중국이 이날 유인우주선 선저우 16호를 발사하자 곧바로 미 국무부는 37쪽 분량의 ‘우주외교를 위한 전략적 프레임워크’ 문서를 공개했다. 국무부는 “중국은 2045년까지 미국과 동등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평화적 목적의 우주탐사 및 이용에서 미국의 우주리더십을 촉진하고 미국 및 동맹국의 안보 우선순위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국방부가 주도하는 우주정책과 관련해 국무부가 별도 문서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주 분야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생산 등과 관련된 중국 업체도 제재했다. 이날 미 재무부는 중국 소재 단체 7곳과 개인 6명, 멕시코 단체 1곳과 개인 3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통상 담당 고위 당국자들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했다. 이들은 30일 1박 2일 일정으로 스웨덴 북부 롤레오에서 제4차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를 열었다.
한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군 J-16전투기가 26일 남중국해 공해 상공에서 RC-135정찰기에 근접 비행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중국군 전투기가)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는 정찰기 기수 앞으로 비행하며 차단해 미군 정찰기가 난기류를 뚫고 비행했다”며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기동”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