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향상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에 올 1~3월 25만 명이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립금은 약 3000억 원으로 3개월간 수익률은 3.06%를 기록했다. 적립금은 예상대로 4대 은행이 싹쓸이했지만 초저위험·저위험 상품 등 수익률 상위권 상당수는 증권사가 차지했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41개 금융기관은 정부에서 승인받은 279개 디폴트옵션 상품 가운데 135개를 실제 판매·운용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별도 지시가 없으면 정기예금 같은 저금리 상품에만 돈을 묶어두는 기존 퇴직연금 상품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7월 내놓은 정책이다. 규약 변경과 전산망 구축 등에 따라 1년간 제도를 유예한 뒤 7월 12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현재는 일종의 시범 운용 기간이다. 지난해 11월 첫 디폴트옵션 상품이 승인된 후 올 1월부터 대다수 상품이 본격적으로 쏟아졌다.
특히 고용부는 이날 디폴트옵션 수익률, 적립금 등 주요 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 말까지 디폴트옵션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총 25만 5000여 명이었다. 적립금은 총 3010억 원이 쌓였다.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가입자 1만 5000명(210억 원)과 개인형퇴직연금(IRP) 24만 명(2800억 원)이 디폴트옵션으로 상품을 바꿨다. 고용부는 이번 공시에 포함된 가입자와 적립액은 기존 퇴직연금을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전환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운용 중인 상품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06%였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12.4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해외 디폴트옵션의 연 수익률 6~8%를 뛰어넘는 수치라는 것이 고용부 측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제 장기 수익률과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앞으로 실제 연 단위 수익률을 별도로 공시하겠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가입자 중 22만 명은 초저위험 상품을 선택했다. 이 상품의 3월 말까지 적립액은 2544억 원, 3개월 수익률은 1.11%를 기록했다. 그 뒤를 저위험(1만 5000명·222억 원·3개월 수익률 2.33%), 중위험(1만 명·153억 원·3개월 수익률 3.22%), 고위험(6000명·94억 원·3개월 수익률 4.81%) 등이 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말 고금리 영향과 금융시장 불안정에 따른 안전 투자 선호 등으로 초저위험 상품 가입자 수와 적립액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별 적립금 규모 상위권은 예상대로 4대 은행이 휩쓸었다. KB국민은행 1050억 원, 신한은행 747억 원, 하나은행 318억 원, 우리은행 271억 원 순이었다. 5위 미래에셋증권은 210억 원의 적립금을 유치하면서 금융투자 업계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냈다.
수익률의 경우 초저위험·저위험 상품군에서 증권사가 수익률 상위권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초저위험 상품 부문의 경우 최근 3개월 수익률 상위 1~7위 회사가 모두 증권사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포트폴리오’ 상품이 1.15%의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다. 저위험 상품 부문에서도 수익률 상위 1~3위를 증권사 상품이 독식했다. 저위험 상품 수익률 1위는 4.02%를 기록한 ‘삼성증권 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 2’였다. 이어 ‘미래에셋증권 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 1(2.79%)’ ‘신한투자증권 디폴트옵션 저위험 포트폴리오 1(2.79%)’ 순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중위험·고위험 상품군 수익률 부문에서는 상위 10개사 가운데 5곳, 6곳씩 포진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적정한 장기 수익률 확보 등 장기 투자를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제도 운용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앞으로도 분기마다 디폴트옵션 상품 주요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