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부대원은 국군의 수호천사를 자처했던 이름 없는 영웅들입니다. 참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족들은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그들의 뜻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6·25전쟁 당시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투에서 보급품을 지게로 운반하며 국군을 지원했던 지게 부대원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비가 73년 만에 건립된다.
칠곡군은 고(故)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 씨가 1200만 원을 기증해 높이 160㎝의 ‘다부동 전투 지게 부대원 추모비’를 마련했다고 31일 밝혔다. 추모비는 7월 5일 백 장군의 동상과 함께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설치된다. 백 장군 동상은 주민들의 십시일반 성금으로 건립된다.
한국전쟁 당시 지게 부대원은 탄약과 연료·식량 등의 보급품 40㎏을 짊어지고 가파른 산악지대 고지를 오르며 백 장군이 이끄는 국군 1사단과 미군에게 전달했다. 이들 지게 부대원은 대부분 군번도, 총도 없이 포화 속을 누비며 전쟁 물자를 보급했고 부상자와 전사자 후송 등 병참 임무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치열했던 다부동 전투에서 지게 부대원 2800명이 전사했지만 참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칠곡군은 30일 망정리 328고지 지겟길에서 지게 부대 재현 행사를 개최하고 추모비 건립을 알렸다. 이날 재현 행사에 참석한 백 씨는 “백 장군 3주기를 맞아 아버지 유지를 받들어 지게 부대 추모비를 건립하게 됐다”며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한복 차림으로 지게에 탄약 상자를 진 지게 부대원의 모습을 재현했고 백 씨는 주먹밥을 만들어 지게 부대원에게 전달했던 여성의 모습을 재현했다. 부친이 지게 부대원으로 참전했던 윤병규 망정1리 이장은 다부동에서 적과 맞서 싸운 학도병 역할을 맡았다.
유엔군은 6·25전쟁 때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모습이 알파벳 A와 닮았다는 이유로 ‘A 프레임 아미’라고 불렀다. 미 8군 사령관이던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은 회고록에서 “지게 부대가 없었다면 최소 10만 명 정도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보내야 했을 것”이라며 군번 없는 지게 부대원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김 군수는 “지게 부대원과 학도병처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다”며 “그들을 기억하고 재조명하는 일에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