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1일 새벽 일괄 발송한 경계경보 재난문자가 평온했던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뒤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오발송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앞서 북한이 공개적으로 발사체를 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출근을 앞둔 시민들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불안에 떨었다.
서울시는 북한의 발사체 발사 사실이 알려진 이날 오전 6시 41분 ‘오늘 6시 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행정안전부가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 ‘오전 6시 41분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린다’는 문자를 보내면서 상황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정부의 오보 재난문자에 서울 시민들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크게 당황해 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박 모 씨는 “잠을 자다가 휴대폰에서 귀를 찢는 경보음이 울려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잘못 알려진 사실을 알고 허탈하고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한국의 후진적 재난 대응 시스템이 민낯을 드러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만큼 전쟁 위험이 상존함에도 대피 장소나 요령에 대한 구체적 정보 없이 경계경보만 발령해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다수 시민들은 경계경보가 울린 후 대응 매뉴얼을 몰라 허둥지둥댔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경계경보가 울리고 난 뒤 어디로 피신할지 몰라 네이버에 접속했지만 먹통이었다”며 “실제 상황이었으면 아마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경보 발령 이후 정보를 얻으려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네이버와 행안부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 등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공포심도 커지면서 국가 대외 이미지도 추락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국적제약사에 근무하는 A 부사장은 출장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재난문자를 받자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로 이동하기 위해 바로 출국길에 나섰다. 국내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한 부장은 “외국 바이어가 비즈니스 미팅 때문에 한국에 와 있었는데 아침에 경계경보 오발령으로 난리가 났다”며 “외국 바이어가 엄청 당황해 충격을 받았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곧장 호텔로 이동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부의 해외 정상 초청해 진행하려던 행사 역시 이날 대폭 조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태평양도서국 5개국 정상 부부를 초청해 치르려 했던 한국 안과 의료 서비스 체험 행사를 축소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북한의 도발이 충분히 예상된 상황이었음에도 재난을 대비해야 할 정부와 서울시가 미리 적절한 경보 문구조차 준비하지 못한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