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국제공동연구팀이 3D 광양자 메모리 분야의 세계 최고 정밀도를 구현, 눈앞의 현실이 된 양자컴퓨팅 시대에 쓰이게 될 ‘3D 광양자 메모리’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서영덕 교수팀은 지속가능한 ‘나노결정 양방향 광스위치’ 현상과 원리를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Nature, Impact Factor: 69.504)지의 5월 31일(한국시각 6월 1일 새벽 00시)자 온라인에 공개됐다.
UNIST를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은, 광사태 나노입자(ANP)의 차세대 광 메모리 분야에서의 획기적인 응용처를 찾아냄으로써 커다란 돌파구를 마련했다. 즉, 이번 연구를 통해 광사태 나노입자(ANP)가 3D 광양자 메모리 및 바이오·나노 프로브, 초해상도 나노경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무제한 지속가능한 나노결정 양방향 광스위치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보여줬다.
연구팀은 지난 2021년 1월 란탄족 금속이 도핑된 광사태 나노입자로부터 초미세 나노결정 내의 연쇄 증폭 반응을 통해 극단적으로 증폭된 아주 센 빛을 내는 광사태 현상과 광사태 나노입자 물질을 발견해 네이처지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이창환 컬럼비아대 박사 후 연구원은 광사태 나노입자로부터 극단적으로 증폭된 빛을 내도록 하는 연쇄 반응을 유도했다. 지난 연구에 이어 이번 응용 연구에서는 광사태 나노결정들이 새로운 특징과 응용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인위적·무한적으로 반복 점멸되도록 제어할 수 있는 광스위치 현상과 그 현상의 ‘3D 광양자 메모리’의 응용에 대한 발견이다.
유기 염료와 형광 단백질은 광학 메모리, 나노 패턴화 및 생체 이미지화와 같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 널리 사용됐다. 이러한 형광분자들은 2014년 노벨 화학상의 연구 주제가 되는 등 지난 수십 년간 해당 분야에서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형광분자들은 빛을 받으면 무작위로 깜박이고, 결국에는 완전히 탈색돼 사라져 버리는 경향 때문에 수명이 짧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다. 이러한 과정을 광탈색(Photobleaching)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이러한 치명적인 광탈색 현상과는 대조적으로, 란탄족 금속들이 도핑된 나노입자는 예외적인 광안정성을 보인다. 연구팀은 오늘 네이처지에 발표된 ‘지속가능한 양방향 근접장 나노결정 광스위치(Indefinite and bidirectional near-infrared nanocrystal photoswitching)’ 논문에서 이러한 광안정성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근적외선 사용으로 열변성의 징후를 보이지 않으면서 다양한 주변 환경과 물 환경에서조차도 나노결정의 점등과 소등에 대한 테스트를 수천 번 이상 반복할 수 있었다.
이창환 컬럼비아대 박사 후 연구원은 “우리는 간단한 소형 레이저를 사용해 빛의 파장 하나로도 빛을 컨트롤하고, 다른 파장으로 빛을 전환할 수도 있다”며 “근적외선 빛은 광독성이나 광산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생물학적 조직과 무기화학적 물질 등 모두 물질에 대해 깊이 침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연구팀은 잠재적 응용 분야와 관련해 입자가 3D 기판에 나노 패턴을 반복적으로 썼다가 지웠다하는 반복 패턴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실험 통해 확인했다. 이런 발전을 통해 향후 초고밀도 광양자 메모리의 저장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영덕 화학과 교수는 “이러한 무한 반복 가능한 양방향 광스위치는, 과거 많이 사용되었던 CD-ROM이나 CD-RW의 원리처럼, 향후 초고성능 양자 컴퓨터에서 생성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광양자 메모리 장치로 발전될 것”이라며 “거대한 데이터 저장 용량을 가지면서도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고, 정밀하게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현재까지의 연구에서 관찰된 광스위치 현상의 근원을 첨단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도 시각화할 수 없는 정도의 매우 작은 원자 결정 결함 (Atomic Crystal Defect)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원자 결정의 결함을 통해 광사태 나노결정의 광사태 임계값의 더 높거나 낮게 이동시키고, 다른 빛 파장을 사용해 신호 밝기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광양자 메모리, 초해상도 나노경, 바이오·나노 이미징 및 바이오 센서 분야에서 잠재적인 응용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머신러닝 및 계산모델과 함께 버클리 연구소의 Molecular Foundry에서 ‘나노입자 합성로봇’을 사용해 이러한 결정들의 특성들을 더욱 향상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비슷한 광전환 특성을 나타내는 다른 나노입자들을 만들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것도 향후 후속 연구의 목표다.
공동 연구를 진행한 버클리 연구소의 코헨 박사는 “2009년에 언급했던 ‘란탄족 계열 금속 산화물 나노입자로부터 나오는 발광 빛은, 점멸하지도, 탈색되지도 않고, 늘 켜져 있다’고 주장해 왔던 연구방향이 이번 발견으로 인해 뒤바뀌었다”며 “인위적으로 무한 점멸이 가능한 양방향 광스위치 현상을 발견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 미국 버클리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함께 하는 국제공동 연구팀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초과학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