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4월까지 대신 갚아준 돈만 4313억…지역신보 보증 중단땐 소상공인 직격탄

[지역신보 셧다운 위기] 보증재원 고갈 임박

보증 잔액 46조로 급증했지만

법정출연금은 1849억에 그쳐

대출 상환유예 재연장 안되면

원금 못갚아 대위변제 더늘듯

코로나19로 인한 학생 수 감소와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폐업한 서울 시내 한 미술학원에서 작업자들이 철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코로나19로 인한 학생 수 감소와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폐업한 서울 시내 한 미술학원에서 작업자들이 철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출 보증 중단 위기까지 몰릴 정도로 부실해진 것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보증을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당초 엔데믹으로 전환되면 소상공인들의 사정이 나아져 대출 상환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오히려 폐업이 늘어나는 등 좀처럼 경기가 반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 9월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출 상환 유예가 종료되면 지역신보의 부실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소상공인 대출 보증 기관으로 꼽히는 지역신보가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법정 출연 요율을 높여 재정을 확충하고 9월로 예정된 소상공인 상환 유예 연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지역신보의 지난해 기준 보증 잔액은 46조 2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 주요 보증 기관 중 하나인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잔액보다 20조 원 가까이 많은 규모다. 벤처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주로 보증해주는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까지는 보증 잔액이 지역신보를 앞섰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소상공인 대출이 급증하면서 지역신보가 기보의 보증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지역신보는 지역별로 담보력이 부족한 소기업·소상공인의 채무를 보증하기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법에 의해 설립된 보증 기관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과 지역 내 금융기관 및 기업 등으로부터의 출연금을 통해 재단의 기본 재산을 조성 또는 확충하고 있고 이를 보증 재원 삼아 금융기관의 대출 보증을 중심으로 한 보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소상공인 지킴이’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폐업 등에 따른 손실도 불가피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폐업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인 55.4%가 ‘정부 정책자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 받았다’고 답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제1 금융권(15%)’ ‘제2 금융권(11.5%)’보다 지역신보 등이 보증을 서준 정책자금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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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면서 46조 원까지 보증 잔액이 급증했지만 법정 출연금은 1849억 원에 그친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4월 말 대위변제액만 4313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역신보가 올해 대신 갚아줘야 할 금액만 1조 3000억 원 이상이 될 수 있다. 지역신보의 자기자본은 5조 원가량으로 법률상 15배까지 보증할 수 있고 현재는 9배 수준이다. 추가 보증 여력이 있어 보이지만 대위변제 금액이 늘어날 경우 사실상 신규 보증은 어려워질 수 있다.

지역신보의 부실 확대로 보증 재원이 고갈되면 더 많은 소상공인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 관련 전문가는 “코로나19 당시 자금 지원에 나섰던 정부의 상환 유예 정책이 종료되는 9월 이후에는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소상공인의 사고가 늘어 대위변제가 급증해 보증 재원이 고갈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보증 지원 자체가 중단될 수 있어 소상공인들에게는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신보 관계자도 “지난해 말 기준 지역신보의 보증 규모는 전체 보증 규모(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포함)의 34.4%까지 확대됐지만 출연요율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며 “법정 출연 요율을 높여 지역신보 재정이 보강되면 소상공인에 대한 안정적인 보증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출연 요율을 상향하려면 지역신용보증재단법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법정 출연 요율은 신보 0.225%, 기보 0.135%, 지역신보는 0.04%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중소기업 대출 금액 중 법으로 정해진 요율에 따라 자금을 출연한다. 소상공인 금융 관련 기관들에서는 최근 이자율 상승과 대출 증가 등으로 금융사의 이자 수익이 증가하고 있어 충분히 법정 출연금을 상향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당시 이뤄졌던 대출의 상환 유예 기간을 다시 한 번 연장하는 것도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소상공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해 2020년 4월부터 대출 특별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만기 연장 조치는 2025년 9월까지 자율 협약에 의해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환 유예는 올해 9월 말까지 추가 연장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지원이 종료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에 대해 정부가 만기 연장에 준해 상환 유예를 추가 연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소공연은 최근 성명을 통해 “소상공인은 아직 대출 상환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매출과 수익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금 상환을 압박하는 것은 ‘불쏘시개를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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