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잇단 악재에 대대적인 당 혁신 작업을 예고했지만 혁신기구의 권한과 방향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이달 출범을 목표로 했던 혁신기구 구성에도 차질이 생겼다. 당 일각에서는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지도부가 조속히 결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는 당원 중심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논란’의 근본 원인이 대의원제에 있다고 판단, 대의원의 권한을 최대한 권리당원들에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친명계로 분류되는 장경태 혁신위원장이 최고위에 대의원제 축소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보고한 것도 이 같은 방향에서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팬덤 정치 청산이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가 소수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확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비명계에서 이 대표에게 강성 지지층의 상징인 ‘재명이네 마을’ 탈퇴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 출범할 혁신기구의 권한을 두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새로운 기구에 당 혁신에 대한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5년 문재인 당시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줬고 당헌·당규 개정 권한까지 줬다”면서 “그게 담보되지 않으면 보여주기 식이 된다”고 말했다.
친명계는 혁신기구의 권한이 확대될수록 당 대표의 권한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당의 전권을 어떻게 (혁신위에) 넘기느냐”며 “그런 혁신은 있을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는 사이 당 지도부의 위원장 인선 작업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 일각에서는 2일 열리는 원내지도부 워크숍에 기대를 거는 의견도 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윤석열 정부 2년차 유권자 지형 분석과 함께 하반기 국회 운영 방향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지부진한 혁신 작업에 대한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국회 운영을 논의하다 보면 혁신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면서 “원내대표단에 친명·비명 의원들이 고루 분포된 만큼 치열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