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60~70대 고령입니다. 눈에 직접 주사를 찔러야 한다고 하면 처음 맞는 분들은 물론이고 치료 경험이 여러 번 있는 분들도 매번 주저하시곤 하죠. 일 년에 3번만 맞는 주사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벌써부터 언제쯤 처방이 가능할지 물어보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김성우 호랑이안과 원장(한국망막학회 학술이사)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투여 간격을 최대 4개월 간격으로 늘린 황반변성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치료 순응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안으로 오해해 진단이 늦어지기 쉬운 황반변성은 다른 안과질환에 비해 시력감소 속도가 빠르다. 완치가 어렵고 지속적인 시력 기능 감소가 동반되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눈 안에 직접 주사제를 맞는 만큼 환자들의 거부감이 컸다. 기존에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처방되던 안구 주사는 평균 1~3개월마다 1회 정도 투여해야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2달에 1번 꼴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질 경우 뛰어난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조차 2개월 간격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사로 눈을 찌르는 데 대한 공포나 심리적 거부감이 너무 심하다보니 상태가 나빠질 때쯤 겨우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다. 안구 주사 외에 안약 등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는 환자 분들이 적지 않다.
김 원장은 “당장은 투여 직후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선제적인 치료로 잘 관리 해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알면서도 환자들의 주사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하다는 걸 알기에 더 적극적으로 권하지 못할 때마다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황반변성 환자들이 안구내 주사치료를 받기 전 이틀 이상 불안감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있을 정도다. 특히 비교적 젊은 환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안구주사를 자주 맞으러 오는 데 부담을 느껴 치료를 점점 소홀히 하기도 한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는 안과질환 최초의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로 질환을 일으키는 핵심 경로인 혈관내피성장인자-A(VEGF-A)와 안지오포이에틴-2(Ang-2)를 모두 표적한다. 기존 안구주사제들보다 포괄적으로 발병 요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전 덕분에 질병 활성이 없는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는 최대 4개월에 1번만 투여가 가능하다. 다만 작년 12월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단계라 아직 보험 적용은 되지 않는다. 김 원장은 “치료 간격이 늘어나면 안구에 상처를 내는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염증, 합병증 위험도 한결 낮아질 수 있다”며 “투여횟수를 줄인 신약이 치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환자들의 순응도가 높아지면 결과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