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연간 3조 5000억 엔(약 32조 9200억 원)을 투입하는 ‘어린이 미래 전략 방침’의 초안을 공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30년까지가 인구절벽을 극복할 마지막 기회”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일각에서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부터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일본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 초안은 아동수당 확충을 골자로 한다. 내년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현재 중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0세부터 2세까지는 매월 1만 5000엔을, 3세부터 고등학생까지는 1만 엔을 받는다. 아동수당 지급에 적용되는 부모의 소득 요건도 없애기로 했다.
이 밖에 2025년부터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할 경우 최장 4주간 수입이 변하지 않도록 육아휴직 급여의 급부율을 인상한다. 출산 비용의 건강보험 적용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10년간 공적 주택 20만 채를 확보해 육아기 부모에게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저출산 대책 재원이 향후 3년 동안 연간 3조 엔에서 3조 5000억 엔 규모로 확대된 데는 인구절벽을 해결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6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외국인 제외)는 77만 747만 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8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초안을 확정해 이달 중 각의에서 결정되는 ‘경제 재정 운영·개혁 기본 방침’에 담을 계획이다.
한편 일본 매체들은 이번 초안에 정작 가장 중요한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발표된 초안에는 “소비세 등 어린이·육아 관련 예산 확충을 위한 재원을 목적으로 증세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고물가로 가계의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세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대목이다. 상환이 필요한 국채 발행은 자녀 세대에게 부담을 미루는 것으로 안정적인 재원이 될 수 없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까지 예산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닛케이는 “재원 확보 논의가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