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CFD와 한탕주의

강도원 투자증권부 차장

양석조(왼쪽부터) 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총력 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양석조(왼쪽부터) 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총력 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평소 외부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양석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도 등장했다. 한국 자본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수장들은 특정 세력이 차액결제거래(CFD)라는 이름도 생소한 ‘빚투’ 파생상품을 도구로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파괴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전했고 이 원장은 직을 걸고 ‘불공정거래 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후 금융위는 주가조작 근절 계획을 발표했다. 부당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법제화하는 한편 최장 10년간 자본시장 거래 제한, 주가조작 혐의 계좌 동결 등 관련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부당이득에 대해 경종을 울린 정도지 이 정도로는 달콤한 뒷열매를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소위 작전 세력들은 본인 계좌뿐 아니라 차명 계좌로 수십수백 배의 부당이득을 챙긴다. 발각된다고 해도 부당이득 액수가 불분명하면 위반자에게 유리하게 산정한다는 법원의 원칙, 자본시장법을 어겨도 35%만 징역을 살고 징역이 확정돼야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상황 등을 교묘히 잘 활용해 빠져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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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FD 사태를 일으킨 라덕연은 8개 종목의 주가를 통정매매 방식으로 조작해 7305억 원의 부당이득과 1321억 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법조계는 라덕연이 시세 조종, 미등록 투자일임업, 범죄 수익 은닉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본다. 그나마 범죄 수익 은닉의 형량 하한이 가장 높은데 징역 5년에 불과하다. 대법원 양형 기준을 적용해도 최대 15년 수준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불공정거래에 대해 높은 형량, 당국의 강력한 권한, 형사처벌 등 3중의 처벌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주가조작에 대해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회계 부정을 저질렀던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은 24년형을 선고받았다. ‘폰지사기의 제왕’으로 불리던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은 2009년 150년형을 선고받고 2021년 옥중 사망했다.

23일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금융 범죄가 점점 더 고도화돼 관리 감독이 힘들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인 주주자본주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한탄이 아니라 철퇴 수준의 강력한 징벌 체계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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