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선사인 현대LNG해운이 '옛주인' HMM(011200)의 품에 안길 지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HMM은 과거 합병 시도에 이어 이번에는 해외 매각 반대 여론에 힘입어 본입찰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낮은 가격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MM은 1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LNG해운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HMM은 현대LNG해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에 본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HMM은 인수가로 3000억 원 가량을 책정했다. 현대LNG해운은 LNG 운반 전용선 16척을 보유한 국내 최대 LNG 수송 선사이며 LPG(액화석유가스) 운반 전용선 6척도 운영하고 있다.
과거 현대 상선이던 둘…수차례 합병 시도
업계에서 HMM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현대상선 시절의 과거사 때문이다.
현대LNG해운은 원래 HMM이 현대상선이었을 때 LNG전용사업부였다. HMM이 해운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난 2014년 LNG전용사업부를 매물로 내놨고, IMM이 약 1조 원에 인수해 법인화했다. 거래 금액 중 부채가 약 5,000억 원으로 IMM 컨소시엄의 실제 인수 금액은 5,000억 원 정도다. IMM은 이 중 2,600억 원을 자신들의 펀드에서 투자했고, 나머지 2,400억 원을 산업은행의 인수금융(주식담보대출)로 조달했다.
거래 직후 HMM은 1,000억 원에 지분 20%를 다시 매입해 회사 지배구조는 지분 80%를 보유한 IMM 컨소시엄이 1대 주주, HMM이 2대 주주가 됐다.
당시 거래는 현대LNG해운이 모잠비크 셰일가스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다는 조건을 달아 체결했다. 2017년 말까지 발주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HMM이 지분 20%를 IMM 컨소시엄에 차례로 무상 양도하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모잠비크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았고 HMM은 갖고 있던 지분을 모두 IMM 컨소시엄에 넘겼다. 현재 현대LNG해운 지분은 IMM 컨소시엄이 79%, 대신 프라이빗에쿼티 보유하고 있다.
HMM은 2021년에도 현대LNG상선을 합병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추진했고, 이후 IMM이 매각을 추진하자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했다. 그러나 HMM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반대로 합병은 물론 인수참여 모두 포기했다. 2021년 매각전에는 글로벌사모펀드인 KKR와 KG그룹이 등이 참여했으나 IMM이 원했던 5200억 원 이상 제시하는 후보가 없어 입찰이 유찰됐다.
최근 IMM이 다시 진행한 예비입찰에서 HMM은 불참했지만 미국, 영국, 그리스, 덴마크 등 외국계 4곳 선사가 참여하며 경합이 펼쳐졌다. 그러나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국적선사를 해외로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일어났고, 정부 일각에서도 이에 힘을 실으면서 HMM이 전격 참여하게 된 것이다.
3000억 VS 6000억…합의 가능할까
문제는 HMM이 제시할 3000억 원을 IMM이 받아들일지다. IMM은 현대LNG상선의 성장세와 PEF의 수익률을 고려하면 6000억 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LNG해운은 매출액 3981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거뒀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2.1%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74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조5355억원으로 이중 자본은 7594억원이다. HMM은 여력도 충분하다. 지난해 기준 HMM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조6106억원으로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4조7911억원이다.
반면 막판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IMM이 현대LNG상선에 투자한 로즈골드 펀드 2호는 2021년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매각을 늦출수록 IMM이 가져갈 성과보수가 낮아진다. 이 펀드는 현재 현대LNG상선과 교보생명 둘만 남겨 놨는데 교보생명은 장기간 분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금이 5000억 원 이지만 인수금융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투자금은 2600억에 해당한다.
HMM입장에서도 과거 현대LNG상선을 매각하면서 2029년까지 LNG 운송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 조항에 합의했기 때문에 인수합병(M&A)말고는 LNG 운송사업을 할 방법이 없다. 3000억 원의 가격에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