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족영웅 발굴’ 돈 받아 정권 퇴진 운동…시민단체 보조금 수술해야


대통령실이 4일 발표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 각종 부정과 비리가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지급된 총 9조 9000억 원의 국고보조금 중 1만 2000여 개 단체에 지원된 6조 8000억 원 규모 사업 대상 감사에서 1865건의 부정 사용 사례가 적발됐다. 부정 사용 금액만도 314억 원에 달했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2000년에 제정된 후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첫 감사 결과다. 민간단체들은 횡령과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내부 거래 등 온갖 꼼수를 총동원했다. A 통일운동단체는 묻혀진 민족의 영웅들을 발굴하겠다는 명목으로 626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은 뒤 실제로는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 등을 위한 정치적 강의를 진행했다.



민간단체가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것은 지원법이 정부의 감독 권한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성을 핑계로 그들만의 성역을 구축한 민간단체들은 국민의 혈세에 의존하며 성장했다. 지자체를 제외한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금 규모는 박근혜 정부 시절 3조 5571억 원(2016년 기준)이었으나 문재인 정부는 지원금을 해마다 늘려 2022년에는 5조 4446억 원을 쏟아부었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3조 1000억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과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시민 단체에 지급한 1조 원 규모의 지원금에 대해서도 감사를 확대할 경우 썩은 환부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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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혈세 누수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면서 시민 단체의 배만 불리는 무분별한 지원을 멈추고 옥석 가리기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시민 단체의 회계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 보조금 제도를 전면 수술해야 한다. 부정 사용 보조금의 국고 환수는 물론 수사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행정·사법적 책임을 물어 보조금이 더 이상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시민 단체도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을 줄여가되 보조금 수령 및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해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거대 야당도 집권 시절의 무분별한 지원금 살포를 반성하면서 친야 성향 협동조합 지원을 위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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