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데이 트레이딩(당일 매매)’이 급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년 만에 2600선을 넘으며 상승세에 올랐지만 테마주 중심으로 방망이를 짧게 잡고 단기 매매를 통해 성과를 내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타에 따른 잦은 ‘손바뀜’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거래 대금 기준 데이 트레이딩 비중은 평균 58.6%로 4월(58.8%)에 이어 두 달 연속 60%에 육박했다. 3월(44.4%)과 비교하면 14.2%포인트 증가했다.
데이 트레이딩은 매수한 주식을 당일 매도하는 단타 매매 기법이다. 같은 계좌에서 당일 중 같은 종목에 대한 매수 대금과 매도 대금 가운데 작은 값을 그날 데이 트레이딩 규모로 본다. 예컨대 A 종목에 대해 같은 계좌에서 당일 50억 원을 매수하고 30억 원을 매도했다면 데이 트레이딩 거래액은 30억 원으로 비중은 60%가 된다. 단타가 성행할수록 그만큼 비중이 올라가는 셈이다.
특히 개인의 데이 트레이딩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스피에서 개인의 데이 트레이딩 비중은 올 3월 76%를 기록했지만 5월 들어서는 87%까지 증가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데이 트레이딩 비중 역시 5월 들어 89%에 육박했다. 중·소형주가 많은 코스닥 못지않게 코스피에서 대형주의 단타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기관의 코스피 데이 트레이딩 비중이 3월 6%에서 5월 3%로, 외국인도 같은 기간 18%에서 11%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의 단타 증가는 최근 국내 증시의 거래 대금 급증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8조 440억 원을 기록했다. 양대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월 13조 1410억 원에서 3월 21조 6730억 원으로 급증한 뒤 4월에 26조 원을 넘겼다.
거래 대금 증가와 함께 시가총액 회전율도 늘고 있다. 1월 7.44%였던 코스피 시가총액 회전율은 4월 12.62%로 치솟은 뒤 지난달에는 9.13%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 대금 비율로 이 수치가 커질수록 거래가 늘고 그만큼 ‘손바뀜’이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단타가 늘어난 것은 최근 코스피가 2600선을 뚫었지만 증시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한 투자자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의 증시 상승세가 커지는 경기 침체 우려와 예상보다 약한 중국의 경기회복으로 ‘토끼 랠리’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배경이다. 실제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지난달 2200억 원 규모의 개인 순매수가 몰린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연초 에코프로 등 2차전지 테마주로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단타 매매를 선호하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2차전지 등 개인의 관심이 쏠리는 성장 테마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거래 빈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수익률을 좇아 단타가 증가하면 증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기 매매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량이 늘면 자연스럽게 데이 트레이딩 비중이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오히려 유동성이 풍부해져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