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의 협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이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연합 전선을 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미래차 시대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이자 반도체 분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분야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를 마련하면서 두 회사 모두 ‘윈-윈’이 되는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車 안에서 게임까지…CPU 성능 1.7배↑=삼성전자는 2017년 1월 독일 완성차 업체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8890을 공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입했다. 2011년에는 폭스바겐에도 칩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전장 시장에 본격 참여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이번 현대차 공급이 처음이다.
이번에 공급하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 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암(Arm)의 최신 전장용 중앙처리장치(CPU) 10개가 탑재된 ‘데카코어 프로세서’로 기존 대비 CPU 성능이 1.7배 향상됐다. 고성능·저전력의 LPDDR5를 지원해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최신 기술 기반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도 탑재해 그래픽 처리 성능을 이전 대비 최대 2배 높였다. 이를 통해 차량 내에서도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는 등 더욱 실감 나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제공하도록 했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최신 연산코어를 적용해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도 2.7배 강화됐다. 이를 활용하면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운전자 음성·상태를 감지하고 주변을 더욱 빠르게 파악해 사용자에게 안전한 주행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차량용 시스템의 안전 기준인 ‘에이실-B’를 지원해 차량 운행 중 발생 가능한 시스템 오작동을 방지한다.
◇삼성·현대차 미래 동력 확보 ‘윈-윈’=이번 협력은 두 회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핵심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차량용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관련 협력을 논의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깊은 관심을 내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80억 달러(약 88조 6700억 원)를 넘어섰다. 2029년까지 연평균 11%씩 성장하면서 1430억 달러(약 186조 47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동차의 기능이 고도화하면서 내부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종류도 300개를 넘어서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으로 개발하고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서 프리미엄 프로세서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경쟁자들과의 기술 격차를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5월 단독 회동을 한 이래 수차례 만나면서 미래차 분야의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완성차 업계에서 성공신화를 이뤄 낸 두 기업이 미래차 시대에 공동 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특히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