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자동차 브랜드의 성지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변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1층 로비는 인파로 북적였다. 현대차(005380)그룹이 8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해 화제가 된 5층 건물은 현대차의 헤리티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포니의 시간’ 전시회 공간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해 있었다. 전시장에는 1975년 첫 국산차이자 현대차의 독자 모델로 생산된 포니가 단종(1990년) 이후 33년 만에 실차로 복원, 전시돼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초청으로 행사장을 찾았다는 파라과이 출신의 딜러는 “1980년대 초창기에 포니를 판매할 당시에도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인기가 좋았다"며 “먼 이국 땅의 딜러를 잊지 않고 초청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9일 시민에게 ‘포니의 시간’ 전시회 공개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겸한 오프닝 이벤트 성격으로 열렸다. 1층 로비를 캐주얼한 파티장으로 바꾼 행사장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호세 무뇨스 사장, 루크 동커볼케 사장 등 현대차의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총출동해 이번 행사의 성격과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연단에 오른 정 회장은 선대 회장들의 업적을 기리며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담담하게 소개했다. 정 회장은 “챗GPT 등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며 “답을 찾기 위해 현대차는 지난 몇 년간 우리의 과거 여정을 살펴보고 무엇이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들었는지 돌이켜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선대회장은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 국토에 도로를 재건했고 정세영 전 회장은 그 도로 위를 달리는 국산 자동차를 만들어 자동차 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몽구 명예회장은 기술 독립과 풀라인업 완성을 통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브랜드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선대회장의 혁신과 인본주의 철학을 발판 삼아 미래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빌리티에 특화된 당사의 창립 및 성장사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대차만의 고유한 DNA가 됐다”며 “도로를 인체의 혈관에, 자동차는 그 혈관을 돌아다니는 혈액에 비유하시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 난다”고 회상했다.
선대회장의 혁신 정신도 이어갈 뜻도 밝혔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철학을 발판으로, 명예회장이 강조한 품질과 기본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통해 사람을 향한 진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행사에는 김뇌명 전 해외사업본부장, 이수일 전 기술연구소장 등 과거 포니를 개발하고 양산한 주역들도 함께했다.
현대차는 지난 여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출간물인 리트레이스도 전시했다.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포니의 개발과 관련된 사료를 충실히 담은 ‘리트레이스 컬렉션’과 마이카 시대를 연 포니를 통해 소유라는 주제를 다각도로 풀어낸 ‘리트레이스 매거진’ 등 두 가지 유형의 출판물로 구성됐다.
장재훈 사장은 “발간하는 ‘리트레이스 시리즈’는 창업주로부터 시작돼 지금으로 이어진 ‘사람을 위한’, 그리고 ‘대담한 도전을 통한 혁신’을 이뤄낸 우리들의 여정을 좇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9일부터 8월 6일까지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 전시를 연다. 포니의 시간은 올 5월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현대 리유니온’ 이후 두 번째이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현대자동차의 헤리티지 프로젝트다. 포니의 시간 전시 관람을 희망하는 고객은 현대모터스튜디오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