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 날 공모가의 최대 4배까지 주가가 오를 수 있게 가격 제한폭을 완화하는 조치가 26일 시행되는 가운데 첫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새내기 상장사의 윤곽이 잡혔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보안 전문기업 시큐센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등 공모 일정을 차질없이 마칠 경우 오는 29일 코스닥에 상장하기로 거래소 측과 조율을 마쳤다. 시큐센과 같은 날(14~15일)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벌이는 채용·직무교육 플랫폼 기업 오픈놀은 시큐센 상장 하루 뒤인 30일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과 동시에 수요예측을 마치는 전기차(EV) 알루미늄 부품 기업 알멕은 30일 이후로 상장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거래소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허수성 IPO(기업공개) 청약 방지의 후속 조치로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일 기준 가격 결정방법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6일부터 상장 당일 가격 제한폭이 공모가의 60~400%로 변경된다. 공모가가 1만 원이라면 상장 당일 주가는 최저 6000원까지 떨어지거나 최대 4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 현재 새내기주들은 공모가의 90~200%에서 시초가를 결정하고 이를 기준가격으로 당일 -30~30%의 가격 제한폭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상한가 굳히기’ 같은 비정상적 주문 행태를 방지하고 새내기주의 안정적인 시장 평가를 돕기 위한 포석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가격 제한폭이 좁아 거래 시작과 동시에 소수 계좌에서 거래를 독과점해 쉽게 주가가 과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가격 제한폭을 확대한다면 균형가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증권업계는 제도 변경 후 소위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로 형성 후 상한가 도달)’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따따블(가격제한폭 상한인 400%까지 오르는 것)’ 현상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공모주 투자를 통해 초단기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수요도 여전해 상장 첫 날 주가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시큐센은 상장일 유통 가능물량이 전체 주식수의 74.5%에 달하지만 공모 규모가 39억 원(공모가 하단 기준)에 그쳐 매수 물량 집중에 따른 첫 ‘따따블’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변경된 제도는 과도한 매수세나 매도세를 방지할 수 있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공모 규모와 상장일 유통가능 물량이 작고, 섹터도 매력적이라면 ‘따따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IPO시 가격제한폭 제도의 마지막 주자는 16일 코스닥에 상장하는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기업 프로테옴텍이다. 앞서 프로테옴텍의 청약 경쟁률이 저조했던 만큼 상장 당일 주가 급등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공모주 역사에 마지막 ‘따상’ 종목은 8일 상장한 마녀공장(439090)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