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띵동~ 복지등기요" 어르신 안부 묻고 위기 징후 살피죠

◆부산영도우체국 '복지등기우편서비스' 동행

동네 사정에 밝은 집배원들 뭉쳐

지자체가 놓친 복지 대상자 찾아

건강·주거 체크…고독사 등 예방

사업 호평에 전국 50곳 확대 추진


“어르신 어데 아픈 곳은 없습니꺼? 밥은 잘 드시고예? 움직이는 건 좀 어떻십니꺼?”

지난달 26일 부산 영도우체국 소속 김태형 집배원은 관내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등기 배달을 마치고도 한동안 개인용디지털단말기(PDA)를 곁눈질하며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에게 연신 안부를 물었다. 영도우체국 집배원들은 지난해부터 이렇게 나눈 대화로 동네 어르신들의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 주거 환경에 불편함은 없는지, 고독사 등 위기 징후는 없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김태형 집배원이 지난달 26일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에서 복지등기를 전달하고 있다.김태형 집배원이 지난달 26일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에서 복지등기를 전달하고 있다.




‘복지등기우편서비스’라는 이 제도는 지난해 7월 부산 영도우체국에서 첫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달부터 정식 시행됐다. 인구가 약 11만 명인 영도구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0% 이상으로 부산에서도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노인 빈곤과 고독사 등을 예방할 복지의 손길도 절실하다.



복지등기우편서비스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모니터링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업무를 집배원들이 분담하는 것이다. 통상 복지 대상자들의 경우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제도가 있어도 막상 지자체의 손길이 닿기 어렵다. 동네 사정에 밝은 집배원들의 기동력 덕에 대상자 발굴이나 제도 연계가 용이해진다. 김 집배원은 “동네 사람 만나는 것이 우리 업무 아니냐"면서 "누가 언제 이사를 가고, 누구는 여름만 되면 딸네집에 가서 지내는지 동네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도구청이 대상자 28명의 주소지를 업데이트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집배원들의 정보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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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등기 전달시 집배원이 대상자들을 상대로 확인해야 할 리스트.복지등기 전달시 집배원이 대상자들을 상대로 확인해야 할 리스트.


집배원들의 1차 임무는 각종 안내문을 전달하고 육안으로 대상자들의 건강과 주거 환경 등을 확인해 구청에 알리는 일이지만 따뜻한 눈빛과 손길이 절실한 어르신들에게는 방문 자체가 위안이다. 배송 업무가 바빠 차나 커피를 권하는 어르신들의 호의를 뿌리치자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강상원 집배원은 “등기도 등기지만 시간을 갖고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일의 일부"라며 “대부분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이런 만남 자체를 반가워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모친이 홀로 지낸다는 강 집배원은 “아무래도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등기를 배달한다”면서 "복지등기우편서비스가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1년 넘게 복지등기를 배달하면서 뿌듯할 때가 많지만 아쉬울 때도 있다. 서비스의 핵심은 사람을 만나 안부를 묻고 안녕을 눈으로 살피는 것인데, 현장을 찾아도 대상자를 대면하는 일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 택배·등기를 배송할 때 빈 집을 방문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등기의 경우 수취인의 번호를 미리 알 수 없어 빈집을 노크하는 일이 더 잦다. 이상호 영도우체국 물류실장은 “등기물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 취지는 결국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상태를 보는 게 중요한데 현재로선 개인정보 우려 등을 이유로 연락처 입력이 안돼 문자를 통한 배달 안내가 어렵다"면서 "복지 혜택 확대를 위해 대안을 마련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상원 집배원이 지난달 26일 부산 영도구의 단독 주택에서 복지등기를 배달하고 있다.강상원 집배원이 지난달 26일 부산 영도구의 단독 주택에서 복지등기를 배달하고 있다.


영도우체국에서 이뤄진 시범사업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복지등기우편서비스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8개 부처가 합심해 ‘스마트복지안전공동체추진단’을 구성하고, 사업 대상을 현 8개에서 전국 50여 개 지자체로 넓힐 계획이다. 복지등기 한 건을 배달하는데 드는 비용은 4000원으로, 이 중 1000원을 지자체가 부담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는 상당 부분을 우체국 예산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나 많은 지자체에서 영도우체국 사례를 듣고 문의를 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비스가 확대되려면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부산)=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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