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적용할 세제 개편안을 7월 말쯤 발표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경기가 침체 기로에 선 와중에 올해 들어 4월까지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33조 9000억 원이나 급감한 역대급 ‘세수 펑크’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 재정 당국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조세 원칙에 근거해 한국 경제의 시급한 당면 과제인 저성장 및 저출산 극복에 초점을 맞춘 개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길어지는 저성장의 터널에서 벗어나 투자·고용 촉진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게 하려면 기업 하기 좋은 조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법인세 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 수준인 현행 세제는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와 같다. 지난해 12월 1%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친 법인세율을 추가로 낮추고 세율 체계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또 기업 활동의 지속성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손질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인데 대기업 최대주주에게는 할증까지 더해 60%까지 적용된다.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세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출산과 양육을 장려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적극 발굴해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유럽의 저출산국들이 다자녀 가구에 세금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가 부당하게 왜곡한 부동산 보유세·양도세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계속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한 세원 확대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소득층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2021년 기준 근로소득자 가운데 35.3%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현실은 국제 기준에서 봐도 비정상이다. 아울러 올해 70조 원에 육박하는 국세 감면액 가운데 감면 혜택을 종료·폐지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정 당국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성장과 재정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세제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