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학생들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1960년 4.19. 의거는 수혈용 혈액을 매혈에 의존해야 했던 시절을 극복하고 우리나라에서도 헌혈을 통한 국가혈액사업 수행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보건사회부의 집계에 따르면 4월 19일 하루 동안 사망 186명, 부상 316명이 발생했고, 많은 사상자를 수용해야 했던 서울시내 대형 병원들은 긴박하게 혈액을 필요로 했다.
응급환자들을 수용한 병원에서는 자신 피를 뽑아 환자에게 수혈하는 의료진이 있었고, 적십자사 혈액원에도 일반인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헌혈에 참여하여 채혈된 혈액을 병원에 공급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1병당 1,000환 ‘매혈’이 전부이던 시절에 순수한 ‘헌혈’이 처음 시작된 역사적인 순간이었으며, 우리 사회 연대의식을 확인하며 헌혈의 기본정신을 보여준 인도주의 헌혈의 희망이 되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며 부상자가 속출했다.
적십자사에서 긴급 파견한 의료진조차 광주에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온 상황에서 부상자 구호에 앞장선 건 일반 시민이었다.
5월24일 적십자 구호직원이 혈액과 약품 등을 가지고 광주에 들어가기 전까지 광주적십자병원과 부속 혈액원은 광주 시민들의 참여로 혈액 411병을 채혈하여 부상자를 응급치료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위험을 무릅쓴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혈 참여로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으며, 이를 계기로 헌혈이 생명나눔을 위한 협력과 연대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대형재해 속에서도 헌혈은 계속되었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 그리고 이듬해인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도 부상자를 위해 헌혈을 하겠다는 국민들이 전국의 헌혈의 집으로 몰려들었으며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국민 헌혈 참여는 계속되었다.
온 국민이 낙담하고, 슬픔에 빠진 대형재해 속에 사람과 사람 사이 희망이 다리를 놓은 것은 다름 아닌, ‘헌혈’이었다.
연간 헌혈인구 변화를 보면 1989년에 100만명, 1995년에 20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2014년 300만명에 달하였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년도에는 265만명에 이르렀으나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서 수혈용 혈액의 자급자족과 자발적 헌혈문화가 정착된 것은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서로 도우며 극복해내는 우리 국민들의 시민정신과 연대의식에서 기인한다고 할 것이다.
오는 6월14일은 2021년에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헌혈자의 날」이자 2004년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적십자사연맹을 비롯한 4개의 국제기구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칼 랜드 스타이너」 박사의 생일을 기념하고, 헌혈자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헌혈자의 날」이다.
올해 「헌혈자의 날」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광화문광장에서 헌혈자와 수혈자가 함께하는 대면행사로 진행되어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헌혈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는 「헌혈자의 날」이 헌혈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우리 헌혈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