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테일러(35·캐나다)의 퍼터를 떠난 볼이 한참을 구르더니 홀 속으로 사라졌다. 22m의 장거리 이글 퍼트가 69년간이나 맺혔던 캐나다 골프의 한을 푼 순간이었다. 퍼터를 던지고 캐디와 포옹한 테일러는 2003년 마스터스 우승자 마이크 위어를 비롯한 자국 선수들의 축하를 받았다.
테일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캐나다 오픈(총상금 900만 달러)에서 69년 만에 우승한 캐나다 선수가 됐다. 1904년 시작해 내년 120주년을 맞는 이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캐나다 선수는 1954년의 팻 플레처였다. 플레처가 영국 태생이었고 캐나다 출생 우승자로는 1909년과 1914년에 우승한 칼 케퍼라는 선수가 유일했다.
고대하던 자국 내셔널 오픈 대회 우승도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테일러는 12일(한국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오크데일GC(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쳐 먼저 선두로 경기를 마쳤으나 5타를 줄이며 따라붙은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와 빗속 연장전에 들어갔다.
세 차례 연장 승부를 모두 비긴 둘은 18번 홀(파5)로 돌아와 4차 연장전을 벌였다. 플리트우드는 3타 만에 그린에 올렸고 테일러는 2온에 성공했지만 홀까지는 먼 거리가 남았다. 2퍼트도 쉽지 않아 보였으나 테일러가 과감하게 때린 볼은 홀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2020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 이후 3년 만이자 통산 3승째를 거둔 테일러는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믿기지 않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힌 뒤 “이 우승은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과 가족을 위한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PGA 투어에서 119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을 노린 플리트우드는 버디 퍼트를 시도할 필요도 없이 그린을 벗어나야 했다. 대회 3연패에 도전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공동 9위(12언더파)로 마감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성현이 공동 25위(7언더파)로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