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점을 노리던 금 가격이 뒷걸음질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상품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달러 가치와 채권 금리가 동반 상승한 탓이다. 향후 금 가격 전망과 관련해서는 증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까닭에 금융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등과 추가 추락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CE KRX금현물 ETF는 5월 12일부터 지난 12일까지 5.24% 하락했다. 최근 상승 동력을 상실한 금 관련 ETF는 이뿐이 아니다. 같은 기간 KODEX 골드선물(H) ETF는 3.53%, TIGER 골드선물(H) ETF는 3.54%,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ETF는 8.04% 각각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가 그 동안 2479.35 포인트에서 2629.35 포인트로 6.05%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한 달만에 사실상 10%포인트 안팎의 손실을 본 셈이다.
금 ETF 수익률은 5월 초까지만 해도 전고점 돌파 가능성이 거론될 만큼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8월물 가격은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기준 1트라이온스 당 2055.70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8월 6일 최고점인 2063달러와 불과 7.30달러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 이후 급격하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 선물 8월물 가격은 지난 9일 1977.2달러까지 밀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제기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며 금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 금리 고점 인식이 퍼졌다가 최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금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금 가격을 두고 반등과 하락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값이 반등할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중국·신흥국의 여전한 수요, 미국 기준 금리 중장기 하락 가능성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횡보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상승 동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통상 금리가 오르면 금 가격이 빠져야 하는데 지난해부터 시중 금리가 올라도 소폭 조정을 보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 신흥국 개인 등 전 세계적으로 금 수요가 견조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미국 기준 금리가 내리면서 가격이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반면 하락을 예상하는 쪽에서는 달러 강세 효과가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집어삼킬 것이라는 분석을 앞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일 ‘한국은행 보유금 관리현황 및 향후 금 운용 방향’ 자료를 내고 “금 가격이 이미 전 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상승 여력이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경기에 따라 미국 달러화 강세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금 보유의 기회비용인 실질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선 점도 가격 상승을 제약하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