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탄광촌이 유럽 최대 분리막 기지로…"中, 기술·생산성 추월못해"

■SKIET 폴란드 공장 가보니

2.2조 투자…내년까지 4공장 완공

2025년 유럽 전체 수요 30% 충족

'축차연신' 공정으로 맞춤형 생산

IRA 대응·북미 진출 교두보 역할도

SKIET가 폴란드 실롱스크주 동브로바구르니차시에 건설한 1·2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IET가 폴란드 실롱스크주 동브로바구르니차시에 건설한 1·2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12일(현지 시간) 폴란드 옛 수도인 크라쿠프에서 1시간 동안 차를 타고 도착한 실롱스크주 동브로바구르니차시. 울창한 숲길을 한참 지나고 나서 광활한 부지에 세워진 공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유럽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분리막 생산 거점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 공장으로 축구장 80배 크기인 약 57만 ㎡(약 17만 평) 규모에 달한다. SK그룹이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이날 방문한 폴란드 1공장 내 생산 라인에서는 롤러가 쉴 새 없이 돌며 분리막을 얇게 늘리고 있었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직접 접촉을 막으면서 리튬 이온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두께가 균일하게 얇으면서도 내구성이 강할수록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다. 합성수지 등 원료를 섞어 만든 투명한 원단이 안전성을 높여주는 세라믹코팅(CCS) 공정을 거쳐 고성능 분리막 제품으로 탄생했다. 특히 핵심적인 공정은 축차연신으로 완성차나 배터리 등 고객사 요구에 맞춰 분리막의 가로·세로 길이를 미세한 단위까지 조절해준다. 이 기술은 SKIET가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분리막의 방열 기능을 강화하는 세라믹도 단면이나 양면 등 고객이 원하는 대로 코팅이 가능하다. 박병철 SKIET 폴란드법인장은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많은 문의가 오고 있어 샘플 요청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면서 “고객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SK온과 글로벌 고객사 비중을 50 대 50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KIET가 폴란드 실롱스크주 동브로바구르니차시에 건설 중인 3·4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IET가 폴란드 실롱스크주 동브로바구르니차시에 건설 중인 3·4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1공장 맞은 편 부지에서는 3·4공장의 증설 작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었다. SKIET는 폴란드에 총 2조 2000억 원을 투자하며 시운전 중인 2공장을 포함해 내년까지 3·4공장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선제적인 투자로 중형 전기차 약 205만 대에 들어갈 수 있는 15억 4000만 ㎡ 규모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2025년 기준 유럽 전체 분리막 수요 56억 ㎡의 약 30%를 충족할 수 있는 대규모 양산 체계를 확보하는 셈이다.

관련기사



SKIET는 자동화 공정도 지속 개선해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원단 제조 공정에선 직원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또한 천장물류이동장치(OHT)가 원단을 코팅 라인으로 옮겨주는 등 생산·포장·이동에 걸쳐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 불량 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제조 비용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박 법인장은 “사람이 손을 대면 실수하거나 제품 변형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중국 분리막 업체들이 유럽으로 진출한다고 하지만 우수한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우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SKIET 폴란드 공장 내부에서 한 직원이 분리막 완제품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SKIET 폴란드 공장 내부에서 한 직원이 분리막 완제품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


더욱이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계기로 폴란드 공장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직 미국에는 분리막 공장이 전무해 유럽에서 분리막을 조달하려는 북미 완성차 기업들이 잇따르면서다. SKIET는 증설이 완료되는 내년부터 북미 지역의 분리막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북미 시장에 분리막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IRA 보조금을 받으려면 2029년부터는 분리막 등 배터리 부품 전량을 북미에서 생산 또는 조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SKIET의 대규모 투자는 실롱스크주의 친환경 전환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존에 광업이나 철강업에 의존하던 지역이 탈석탄 산업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SKIET 폴란드 공장은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 근무하는 470명 중 폴란드 현지 직원은 433명으로 92%를 차지한다. 마르친 바질락 동브로바구르니차 시장은 “SK 진출을 계기로 지역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돔브로바고르니차=김기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