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술유출범죄 '솜방망이 처벌' 사라진다…양형기준 6년만에 손질

[대법 양형위, 수정대상 선정]

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법정형 상향

마약·전세사기·보이스피싱도 정비

스토킹·동물학대 등 양형기준 신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2일 대법원 회의실에서 제125차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법원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2일 대법원 회의실에서 제125차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법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기술 유출 범죄의 형량을 정하는 양형 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과 함께 최근 관련 기관과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처벌 강화를 요구하고 나선 만큼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전세사기와 마약 범죄의 양형 기준을 수정하고 스토킹 범죄의 양형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양형위는 대법원 회의실에서 제125차 전체회의를 열고 양형 기준 설정·수정 대상 범죄군을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양형 기준이 바뀌는 대상은 지식재산권, 마약, 스토킹, 동물 학대,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성범죄다.

대표적으로 기술 유출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범죄는 2017년 개정된 기존 양형 기준을 6년 만에 수정하기로 했다. 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에 관한 법정형을 상향하고 국가 핵심 기술 유출·침해 행위에 대한 구성 요건 신설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반영하기로 했다.



기술 유출 범죄는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 기술인 경우 징역 3년 이상 및 벌금 15억 원 이하, 부정경쟁방지법상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양형 기준이 ‘국외 유출 시 최대 징역 6년’을 상한으로 두고 있어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경미한 처벌을 받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기술 유출 범죄의 경우 권고 형량 범위가 낮아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거나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재판에서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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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피해 규모, 행위 등에 따라 유형을 세분화하고 권고 형량 범위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업계와 관계 기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산업기술과는 달리 국가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별도의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대검찰청과 특허청은 올 4월 양형위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기술 유출 범죄 양형 기준 정비 제안서’를 전달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달 초 대법원에 기술 유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양형위는 8월 8일 열리는 제126차 전체회의에서 지식재산권 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심의하기로 했다. 새로운 양형 기준은 양형위 심의와 공청회 및 관계 기관에 대한 의견 조회 절차를 거쳐 2024년 4월 최종 의결된다. 양형위는 “관계 기관에서 제출한 다양한 의견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기술 유출 범죄 양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양형위 결정 직후 대검찰청과 특허청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피해 보호에 대해서도 역점을 기울이겠다”고 밝혔고 이인실 특허청장은 “양형위가 기술 유출 범죄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양형 기준을 정비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기 범죄의 양형 기준도 12년 만에 수정 작업에 들어간다. 양형위는 보이스피싱·전세사기 등 조직적 사기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할 예정인 가운데 피싱 범행에 흔히 동반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의 양형 기준도 함께 정비한다. 마약 범죄는 양형 기준의 유형 분류 및 권고 형량 범위 변경, 양형 인자 및 집행유예 기준의 정비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양형위는 “마약 범죄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양형 기준 수정에 대한 사회 및 실무의 요구가 높고 양형 기준의 체계적 정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양형 기준이 없던 스토킹 범죄는 2021년 10월 시행 이후 축적된 양형 사례를 바탕으로 새롭게 양형 기준을 설정하기로 했으며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동물 학대 범죄와 공중 밀집 장소 추행, 업무상 위력 추행, 피감독자 간음 등 성범죄도 양형 기준을 신설하기로 했다.


최성욱 기자·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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