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박근혜 오른 천안문 성루 재개방…한국 기자에겐 입장 불허

2020년 1월 이후 약 41개월 만에 열려

사전 협의 없었다며 경찰이 입장 막아

한중 관계 악화 등 영향은 아니라고 강조

톈안먼 성루. 서울경제DB톈안먼 성루. 서울경제DB




“외국 기자들은 사전 소통 없이 관람할 수 없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지난 13일 정오 무렵, 3년여 만에 재개방한 베이징 천안문 성루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했다. 천안문 성루 재개방 소식이 알려진 지난 11일 관람 예약을 위해 위챗 공식 계정에 접속하자 이미 오전 시간은 마감된 후였다. 일주일치 예약이 몇 시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천안문 성루는 중국인에게도 인기가 좋은 관광지였다.

이날 천안문 성루에 입장하려고 보안 검색구역에 도달했으나 여권을 확인한 보안 요원은 즉각 기자를 막아섰다. 여권에 부착된 비자의 종류가 언론인을 의미하는 ‘J’인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보안 요원은 즉각 뒤쪽에 대기하던 경찰에게 여권을 넘겼다. 경찰은 기자를 불러 어떤 목적으로 방문했는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재개방하는 천안문 성루를 관람하기 위한 단순 관광목적이라며 사전에 예약한 티켓 내역까지 보여줬지만 경찰은 잠시 대기하라며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입장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상황이라 당황스럽진 않았다. 중국은 천안문 사태 발생 30주년인 지난 2019년부터 천안문 광장과 성루에 외국 기자들의 입장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 불허 규정은 없다. 다만 기자들이 천안문 광장 구역에 들어서려고 하면 입구에서 막아 세운 뒤 방문 목적을 수차례 꼬치꼬치 캐묻는다. 취재가 불가능한 지역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나온 경우에는 간혹 공안이 직접 동행하는 조건으로 관광을 허용해주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입장조차 할 수 없다.



이날 천안문 광장에 접근하기까지 2곳의 검색대를 지날 때만 해도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었다. 방문 목적과 티켓 예약 여부만 확인했으나 최종 보안 검색대에서 기자의 신분을 확인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약 30여분간 대기하면서 혹시라도 입장이 가능할지 기다렸다. 경찰은 의자를 건네주는 친절함도 보였지만 언제 입장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기다리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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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책임자로 보이는 경찰이 나타났다. 기자에게 다시금 방문 목적을 물었다. 혹시 관련 부서와 사전 협의가 됐는지도 체크했다. 별도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말하자 돌아온 답변은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이 경찰은 “당신이 관광을 위해 입장하더라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이나 녹음도 가능하고 취재를 할 수도 있다”며 방문을 위해서는 미디어 담당 부처와 사전 협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협의를 할 경우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면서도 지금 입장을 원할 경우 문의를 해보라고 설명했다. 입장이 불가능하면 사진만 한 장 찍을 수 없냐고 물었지만 역시나 돌아온 답변은 ‘뿌커이(不可以·안된다)’였다.

경찰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양해를 구했다. 예약한 티켓이 환불이 되는지도 확인했다. 기자가 발걸음을 돌리자 끝까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나가는 길까지 배웅을 하기도 했다.

기자는 한중 관계가 최근 악화된 것이 영향이 있는지 묻기 위해 “혹시 기자가 한국인이라서 입장을 못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담당 경찰은 웃으며 그렇지 않다고 했다. 모든 국가의 외국 기자들에게 동일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기회에 미리 연락을 취해서 방문하게 될 경우 자신이 안내하겠다고 약속하며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천안문 성루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2020년 1월 24일부터 관람이 중단돼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이후에도 한참을 지날 때까지 정상 개방되지 않았다.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고 이제는 코로나19로부터의 위험이 거의 사라졌다는 판단에 따라 관람객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5년 9월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본 장소로 유명하다.

박근혜(왼쪽부터)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성루 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주요 정상들과 함께 중국의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박근혜(왼쪽부터)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성루 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주요 정상들과 함께 중국의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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