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동영상 콘텐츠를 불법으로 제공하는 ‘누누티비’ 시즌2가 문을 열었다. 요금을 내야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스트리밍하는 불법 서비스가 다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어 업계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도둑 시청’이 이어진다면 적자의 늪에 빠진 토종 OTT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누누티비 시즌2가 개설됐다. ‘OO티비’, ‘OO무비’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도 있지만 누누티비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은 처음이다. 누누티비는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로 악명을 떨치다가 올해 4월 폐쇄됐다. 누누티비 시즌2는 홈페이지에서 "에티오피아에 설립한 무료 OTT"라며 "기존 누누티비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누티비 운영진이 돌아와 사이트를 부활시킨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누누티비 시즌2는 기존 누누티비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유료 OTT 콘텐츠를 불법으로 스트리밍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인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 와 예능 프로그램인 tvN '뿅뿅 지구오락실2'를 무단으로 스트리밍하고 있다. 전날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화요일은 밤이 좋아'와 드라마 '이로운 사기' 등 최신 콘텐츠도 불법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9일 공개한 '사냥개들' 등 OTT 오리지널 콘텐츠도 무단 스트리밍하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등 최신 영화도 불법으로 제공하고 있다.
누누티비 시즌2는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영상을 시청하는 화면에서는 광고가 노출된다. 광고를 홈페이지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무소속 의원에 따르면 기존 누누티비는 불법 광고로 최소 333억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누누티비 시즌2도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해 인터넷주소(URL)가 차단되어도 도메인 변경 등 수법으로 운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누누티비의 경우 불법 콘텐츠 대응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URL 차단에 나섰지만 도메인 변경 등 수법으로 운영을 지속해 왔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직접 매일 URL을 차단하고 국회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전방위 압박이 이뤄지기도 했다.
불법 서비스가 이어진다면 적자의 늪에 빠진 토종 OTT들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누누티비의 불법 서비스로 국내 OTT 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가 추산한 기존 누누티비내 콘텐츠 조회수가 올해 3월 기준으로 18억 회를 훌쩍 넘겼다. 이용자들이 OTT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보는 대신 누누티비에서 ‘도둑 시청’을 하는 동안 국내 OTT 기업은 적자를 이어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웨이브, 티빙, 왓챠의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1217억 원, 1192억 원, 555억 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을 얻어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불법 서비스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색출해 처벌해야 유사 시도가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법 스트리밍 영상 시청이 창작자와 업계에 고통을 주는 행위라는 것을 이용자도 인식해야 한다.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은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누누티비 시즌2 관련 공문을 14일 주요 OTT와 방송사에 보냈다”면서 “저작권 침해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관련 안건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며 접속 차단으로 결정되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 접속 차단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