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채·통화안정채권(통안채)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국채통합계좌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남은 임기 동안 우리나라 국채가 이른바 일명 ‘선진국 국채 클럽’이라 불리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 사장은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갖고 “올해 하반기 중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와 국채통합계좌 계약을 체결하고 운영 시스템 연계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관련 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국채통합계좌란 ICSD가 외국인투자가를 위해 예탁원에 개설하는 국채 전용 통합 계좌다. 이 계좌를 이용하면 외국인투자가는 별도의 보관 기관이나 상임 대리인을 선임할 필요 없이 한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 사장이 이날 국채통합계좌 구축을 강조한 것은 정부가 연내 달성을 목표로 적극 추진하는 WGBI 편입의 선결 과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WGBI에 우리나라 국채가 편입될 경우 최소 50조 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ICSD와 대부분의 사항을 협의한 상황”이라며 “WGBI 편입 요건 중 하나가 국채통합계좌 관련 내용이라 최선을 다해 조건을 충족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부각한 토큰증권(ST) 플랫폼 구축 작업에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한 데 이어 올 하반기 안에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토큰증권은 부동산·미술품 등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발행한다. 올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라 예탁원이 기존 증권처럼 등록 심사, 발행 총량 관리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또 혁신 금융 기반 마련을 위해 투자계약증권 등 신탁 수익증권의 전자 등록 수용도 추진하겠다고 알렸다.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활성화 등 외국인투자가의 한국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 모색한다.
이 사장은 내년 창립 50주년에 대비해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앞서 예탁원은 이 사장 취임 직후인 지난달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비전실(TF)’을 신설했다. 이 사장은 “회사 미래를 위한, 새로운 추가적인 50년을 위한 주춧돌을 놓고 조직 구성원들도 함께 성장·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