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폭락' 5개사 시총 5000억 증발…코스닥도 2.8% 뚝[또 터진 무더기 하한가]

오전 10시 전후 매도물량 쏟아져

'SG 악몽' 다시 덮치자 투심 악화

오르던 코스닥·코스피 하락 마감

'과거 주가조작' 카페서 추천종목

금융당국·거래소 사태 예의주시





대규모 주가조작과 관련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지 50일 만에 또다시 5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로 추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종목들이 또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 당국이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15일부터 5개 종목의 거래를 정지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방림(003610)·동일산업(004890)·만호제강(001080)·대한방직(001070)과 코스닥 상장사인 동일금속(109860) 등 5개사의 주가가 14일 정오를 전후로 비슷한 시간에 일제히 하한가로 급락했다. 방림이 오전 11시 46분께 가장 먼저 가격제한폭까지 내렸고 이어 동일금속이 11시 57분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나머지 종목들도 낮 12시 10∼15분께 차례로 하한가에 진입했다.

5개 종목이 일제히 폭락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이 4월 SG증권발 급락 사태 종목과 비슷하게 주가가 3년가량 지속적으로 상승한 만큼 주가조작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금융 당국과 거래소는 5개 종목에 대해 15일부터 해제 필요 시까지 매매 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하한가 5개 종목들은 이전에 주가조작 혐의를 받은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추천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커뮤니티 운영자인 강 모 씨는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연장을 거부해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한가 종목들의 신용잔액률이 5% 안팎으로 낮아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사태가 재연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50일 전 하한가 사태는 대량 매물을 쏟아낸 창구가 SG증권으로 같았지만 이번 하한가 종목들의 매도 창구는 국내 증권사들로 분산된 점도 다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여부를 들여다보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 SG사태' 터지나…또 무더기 하한가

방림 등 5곳…내일부터 거래정지



금융당국 '주가 조작' 긴급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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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5개 종목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주가조작 혐의로 과거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은 바른투자연구소 운영자 강 모 씨가 300회 이상 추천 글을 올린 종목들이어서 또 한 번 주가조작과 연루된 하한가 사태가 터진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50일 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처럼 주가조작 세력이 장기간 꾸준히 주가를 끌어올려 또 한 번 시장의 감시망을 피해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인 동일산업(-30%), 방림(-29.9%), 대한방직(-29.96%), 만호제강(-29.97%)과 코스닥 상장사인 동일금속(-30%)은 이날 모두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해당 종목들은 오전 10시를 전후해 매도 물량이 쏟아지더니 정오를 전후로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증시에서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이들뿐이었으며 5개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전날 1조 6837억 원에서 1조 1789억 원으로 5048억 원 급감했다.

50일 전 악몽이 재차 시장을 덮치자 투자자들은 신용 잔액률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에 나섰고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코스닥은 24.98포인트(2.79%) 급락한 871.83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역시 오후 들어 약세로 돌아서며 전날보다 18.87포인트(0.72%) 내린 2619.08을 기록했다.

5개 종목의 신용 잔액률은 대체로 낮아 차액결제거래(CFD)에 따른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져 폭락 사태를 야기한 50일 전과는 달랐다. 하한가 5개 종목의 신용 잔액률은 평균 4.8%다. 일부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하며 주가가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덩달아 매물을 쏟아내면서 하한가로 직행했다는 분석이다.

하한가 종목들의 매도 창구 역시 개인투자자가 많이 쓰는 키움증권·미래에셋·신한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금융당국이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켰고 신용 잔액률이 낮다고 하지만 주가 급락 여파로 거래재개시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PBR이 1배 미만이거나 1배 수준인 저평가 자산주인 것은 5개 종목의 공통점이다. PBR은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과 자산가치(장부가)를 비교한 것으로, 1배 미만이면 장부상 기업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다는 의미여서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만호제강은 PBR이 0.5배였고 동일산업(0.8배), 방림(0.96배) 등도 1배 미만이다. 동일금속의 PBR은 1.17배 수준이다.

이들 5개 종목의 주가는 전날 기준으로 2021년 1월 1일보다 최고 300% 가까이 올랐다. 이 기간 종목별 상승률을 보면 방림 281.68%, 만호제강 273.71%, 동일산업 189.86%, 동일금속 168.40%, 대한방직 36.17% 등의 순으로 높았다. 동일금속 주가는 지난해 말 1만 8000원대에서 전날 3만 원대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금융 당국과 거래소는 하한가 종목들이 모두 한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가 추천한 종목들과 일치한다는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커뮤니티 참여자 등이 같이 해당 종목을 샀다가 누구 한 명이 팔기 시작하니 다 같이 투매에 나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며 “해당 카페는 이전에도 주가조작으로 이슈가 된 카페”라고 말했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강 씨는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강 씨가 조광피혁(004700)·삼양통상(002170)·아이에스동서(010780) 등에 대한 시세조종을 통해 200억 원대 차익을 거뒀다고 봤다. 강 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FD 사태 이후 증권사에서 일부 신용대출을 연장해주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와 무관함을 강조하려 했다.


강도원 기자·한동희 기자·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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