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 1998년 이후 줄곧 흑자였다. 수출이 잘됐기 때문이다. 수출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의 25%가 중국으로 갈 정도였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의 55%를 차지했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47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동시에 지난해 5월 이후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올해 1~5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27% 급감했다. 대중국 수출 감소를 주도하는 품목은 중국 의존율이 큰 반도체다. 같은 기간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감소율이 44.6%에 달했다. 이어 석유제품 20.6%, 석유화학 26.2%, 철강 23.9%, 자동차 부품 34.0%, 디스플레이 52.8%, 이차전지 38.7% 등의 순이다.
무역적자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추세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올 들어 무역적자액은 1월 125억 달러, 2월 52억 달러, 3월 46억 달러, 4월 26억 달러, 5월 43억 달러 등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10일까지 무역적자액이 14억 달러로 전년 대비 76.2% 감소했다. 무역적자액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추세를 근본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 수출은 6000억 달러, 무역흑자는 295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수출 대상 지역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다변화하는 것이다. 올 들어 대중국 수출액은 빠르게 줄고 있지만 대미 수출액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한국의 무역흑자 1위 국가다. 우리가 무역 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2위 국가는 베트남이다. 중국의 우리 수출 점유율은 과거 25%에서 올해 19%까지 줄었다. 미국의 우리 수출 점유율은 올해 중국을 넘어섰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합치면 우리 수출의 31%를 차지한다.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지난 20년 동안 수출 주력 업종은 건설·조선·석유화학·철강·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였다. 대중국 수출 부진은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가 향상되면서 한중 간 상호 보완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으로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가공해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구도가 한계에 왔다. 그동안 압도적 1위 수출 품목은 반도체였다. 수출 비중이 20%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을 계속 늘리려면 경기 불황 영향을 많이 받는 메모리반도체를 비메모리로 고도화해야 한다. 전기차배터리·우주항공·인공지능(AI)·로봇 등 새로운 전략기술에 기반한 신산업 수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재 리스크도 잘 관리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수출 확대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수출의 안보적·지정학적 리스크를 간과했다. 화석연료 해외 수입 리스크는 이미 인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의 원자재인 핵심 광물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