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중국 소재 자사 설비에 약 7700억 원을 투자한다.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한 지 한 달도 안 돼 ‘구애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동시에 마이크론은 인도에 신규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투자의 경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의 방중 시점과 맞물려 이뤄져 주목된다.
16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날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에 성명을 내고 향후 수년간 중국 시안에 있는 자사 패키징 시설에 43억 위안(약 6억 3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투자액은 모바일 D램과 낸드·SSD 제품을 제조하는 새 생산 라인을 만들고 대만 파워텍테크놀로지의 시안 자회사에서 패키징 장비를 구입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이번 투자로 5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돼 중국 직원 수가 4500명을 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마이크론이 중국 당국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 조치를 언급하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끈다. 앞서 지난달 말 중국 정부는 마이크론이 자국 네트워크 보안 검토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자국의 주요 인프라 기업에 마이크론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오히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번 투자는 중국 사업에 대한 마이크론의 변함없는 헌신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제재에도 중국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마이크론의 상황이 반영된 언급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의 지난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에 달했다.
다만 마이크론은 중국 외의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동시에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패키징 시설 설립에 대한 마이크론과 인도 당국 간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투자 금액은 최소 10억 달러로 논의되고 있으며 20억 달러로 상향될 여지도 있다. 소식통들은 다음 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 투자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 사항 변경은 물론 합의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마이크론은 일본 정부로부터 2000억 엔의 보조금을 받아 2025년부터 일본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