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북스&] 동굴속 모닥불에서 우주 시대까지…인류 삶 바꾼 과학의 순간들

■과학의 역사

윌리엄 바이넘 지음, 소소의책 펴냄

천문학·숫자·의학 등 진화의 씨앗

동·서양 시너지 낸 '이슬람 과학'

현대 과학 기초 세운 '천재' 뉴턴

30만명 희생 부른 '맨해튼 계획' 등

과학사 기념비적 인물·사건 조명





휴대폰으로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DNA가 모든 것을 증명한다고 믿는 지금 세대에게 오랜 기간 인류를 지배했던 미신과 마법은 뒤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과학의 첫 걸음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라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은 역동적이며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개념과 발견을 기반으로 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때 엄청난 도약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유전자는 바뀌지 않았다. 3000년 전 과거와 현재의 인류를 뒷받침하고 있는 한 가지는 인류의 삶에 과학은 늘 존재해 왔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지성이 쓰였다는 사실이다. 동굴 속 모닥불처럼 자그맣게 타오르던 지성은 오늘날 달에서도 보일 만큼 환하게 지구를 밝히는 빛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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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술적 차원을 거쳐 과학의 역사는 차근차근 진전한다. 강 범람을 막기 위한 이집트의 천문학, 드넓은 토지를 관리하기 위해 발전한 중국의 온갖 도구들과 숫자, 인도의 의학들. 인류 문명의 씨앗을 통해 과학의 기틀이 닦였다.

책은 서양 중심의 과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슬람 과학’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이슬람의 과학은 동양과 서양에 걸쳐 시너지를 발휘하며 무궁무진하게 발전했다. 저자는 이슬람 과학 중 의학이 유럽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역설한다. 9~10세기 페르시아의 의사 ‘라제스’는 일찍이 천연두를 정확하게 설명해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이슬람권의 정치·종교적 갈등으로 과학의 업적이 개방적으로 이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근대에 접어들어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혁신적으로 변화했다. 과학을 연구하는 방법과 이를 인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컨과 데카르트의 합리적인 정신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의심하는 현대 과학의 태도가 완성됐다. 책은 과학사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천재’였던 뉴턴의 삶을 깊숙이 탐구한다. 뉴턴은 괴짜였지만 수학·미적분·역학·천문학 등 폭넓은 분야의 과학에 놀라운 만큼 많은 발견을 남겼다. 책은 동식물의 분류 체계를 정한 박물학자 뷔퐁과 린네를 소개하면서 과학의 역사에서 생태의 분야도 발전해왔음을 보여준다. 뉴턴과 린네가 획기적으로 고안해냈던 과학의 전제들은 아인슈타인과 다윈이라는 걸출한 후배 학자들에 의해 뒤바뀐다.

과학의 역사에서 그늘을 짙게 드리운 사건도 등장한다. 물리학자들은 방사능이 방출될 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나치가 유럽을 침공하면서 전운이 감돌자 파시즘을 피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는 ‘두뇌 유출’ 현상이 벌어졌다. 미국은 망명자들로 핵분열 무기를 발영하는 ‘맨해튼 계획’을 실행했고 30만 명의 사망자를 낳은 원자폭탄이 일본에서 폭발했다. 저자는 원자력의 양면성이 지금까지도 “우리는 원자력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중대한 질문을 남긴다고 주장한다. 컴퓨터의 발명 이후 인류가 도달한 디지털 시대에도 과학은 차원이 다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책 속 과학의 순간들은 오늘날을 만들어냈기에 기억할 가치가 있다. 2만 3000원.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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