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아름다운 사계절과 생명들을 기억합니다[지구용]

그동안 몰랐던 나무와 새 이야기…최원형 작가 <사계절 기억책>

기후와 생존은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고민

뒤영벌 (학명 Bombus agrorum) : 벌목 꿀벌과의 뒤영벌속에 속하는 벌이다. 뒤영벌류는 식구들이 먹을 꿀과 꽃가루를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에서 서양뒤영벌은 꽃가루를 옮겨 채소나 과일을 수확하는 데 이용된다. 호박벌도 뒤영벌의 한 종류이다. “동글동글한 생김새에 털북숭이인 뒤영벌.” /이하 일러스트 및 설명 모두 블랙피쉬 제공.뒤영벌 (학명 Bombus agrorum) : 벌목 꿀벌과의 뒤영벌속에 속하는 벌이다. 뒤영벌류는 식구들이 먹을 꿀과 꽃가루를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에서 서양뒤영벌은 꽃가루를 옮겨 채소나 과일을 수확하는 데 이용된다. 호박벌도 뒤영벌의 한 종류이다. “동글동글한 생김새에 털북숭이인 뒤영벌.” /이하 일러스트 및 설명 모두 블랙피쉬 제공.




그동안 지구용 레터에서 정말 진심으로 권하고픈 책들만 소개해 왔지만, 최원형 작가님의 신간 <사계절 기억책>은 읽는 내내 새 소리 울리는 울창한 숲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실제로는 건조한 사무실에서 읽었지만, 이 책을 숲에서 산에서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자연의 일상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책 표지에 적힌 소개글부터 아름다워서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작가님은 직접 그린 새 그림, 나무 그림과 함께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자연으로 눈을 돌리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예를 들어 각기 다른 방식과 모양으로 둥지를 만드는 새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어서 뛰어나다고 하지만 갈수록 인류는 손의 쓰임새를 잃어가는데 새는 부리 하나로 그토록 멋진 둥지를 만드는 걸 보면 우월의 잣대는 기준에 따라 유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중략)... 재봉새는 잎사귀 가장자리에 뾰족한 부리를 바늘 삼아 구멍을 뚫고는 구해 온 식물섬유나 거미줄을 구멍 사이로 통과시키며 바느질해서 잎을 붙인다. 이렇게 붙인 잎이 둥지는 아니고 그 안에다 풀잎 등을 이용해 실제 둥지를 만든다.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한 과정이다." -21쪽


사실 두 페이지를 통째로 인용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읽게 될 지구용사님들을 위해 꾹 참았습니다. <사계절 기억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는데, 예를 들어 새들을 위해 전봇대와 전깃줄을 없애버린 첫 지역이 순천이라는 사실. 그리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서 오세아니아 대륙과 북극권을 오가는 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된 충남 서천갯벌·전북 고창갯벌·전남 신안갯벌 그리고 보성에서 순천으로 이어진 갯벌 벨트 이야기까지.

멀게만 느껴졌던 지명들이 갑자기 찬란하게 다가왔습니다. 목련이 현재 가장 오래된 꽃식물이고, 새나 곤충이 지구에 등장하기 전인 백악기(최소 1억2000만년 전)에 등장했단 사실도 처음 배웠습니다.

되지빠귀(학명 Turdus hortulorum) : 참새목 지빠귀과의 조류.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여름 철새로, 5월에 지저귀는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 “겨울에 만난 되지빠귀. 왜 남쪽으로 떠나지 못했을까?”되지빠귀(학명 Turdus hortulorum) : 참새목 지빠귀과의 조류.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여름 철새로, 5월에 지저귀는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 “겨울에 만난 되지빠귀. 왜 남쪽으로 떠나지 못했을까?”


"기후와 생존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기뻐하는 마음은 결국 공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베란다 창가에 모이대를 마련해두고 직박구리가 단정하게 사과를 쪼아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작가님의 모습에 미소짓다가도 공장식 축산과 소똥구리 멸종이라는 두 점을 잇는 대목에선 지구에 미안한 마음이 솟았습니다. 우리의 편리함이 다른 생명의 고통을 낳는 지점을 포착해 주시는 작가님의 문장들이 마음을 찌릅니다.

소똥구리 (학명 Gymnopleurus (Gymnopleurus) mopsus) : 몸은 약 1.3cm 크기로 편편한 타원형이다. 검은색이고 뿔이 없으며 머리는 부채처럼 퍼진 모양이다. 쇠똥, 말똥 따위를 분해한다. 데굴데굴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소똥구리 (학명 Gymnopleurus (Gymnopleurus) mopsus) : 몸은 약 1.3cm 크기로 편편한 타원형이다. 검은색이고 뿔이 없으며 머리는 부채처럼 퍼진 모양이다. 쇠똥, 말똥 따위를 분해한다. 데굴데굴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철새들은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바람의 도움도 받는다. 봄이 오면 남서풍을 타고 제비들이 오는데 몇 해 전 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새들이 이동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기후와 생존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걸 또 배운다." -57쪽

"개구리, 두꺼비 등 양서류의 로드킬이 벌어지는 장소는 그 범위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동차 운행을 그 시기만이라도 우회할 수 있다면 방생이 의미가 클 것 같다." -63쪽


복작거리는 도시의 사무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집어들다가, 머릿 속에서 순천만의 일몰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까지 날아가는 제비들이 생생하게 펼쳐졌습니다. 오늘 지구용이 좀 감상적이라고요? 그만큼 지구의 온갖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그리고 굳이 따로 사서 부모님과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선물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런 좋은 책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출판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초록이 가득한, 바람 소리와 새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서 읽으시길 강력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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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유주희 기자·팀지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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