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구용 레터에서 정말 진심으로 권하고픈 책들만 소개해 왔지만, 최원형 작가님의 신간 <사계절 기억책>은 읽는 내내 새 소리 울리는 울창한 숲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실제로는 건조한 사무실에서 읽었지만, 이 책을 숲에서 산에서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자연의 일상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책 표지에 적힌 소개글부터 아름다워서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작가님은 직접 그린 새 그림, 나무 그림과 함께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자연으로 눈을 돌리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예를 들어 각기 다른 방식과 모양으로 둥지를 만드는 새들.
사실 두 페이지를 통째로 인용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읽게 될 지구용사님들을 위해 꾹 참았습니다. <사계절 기억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는데, 예를 들어 새들을 위해 전봇대와 전깃줄을 없애버린 첫 지역이 순천이라는 사실. 그리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서 오세아니아 대륙과 북극권을 오가는 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된 충남 서천갯벌·전북 고창갯벌·전남 신안갯벌 그리고 보성에서 순천으로 이어진 갯벌 벨트 이야기까지.
멀게만 느껴졌던 지명들이 갑자기 찬란하게 다가왔습니다. 목련이 현재 가장 오래된 꽃식물이고, 새나 곤충이 지구에 등장하기 전인 백악기(최소 1억2000만년 전)에 등장했단 사실도 처음 배웠습니다.
"기후와 생존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기뻐하는 마음은 결국 공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베란다 창가에 모이대를 마련해두고 직박구리가 단정하게 사과를 쪼아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작가님의 모습에 미소짓다가도 공장식 축산과 소똥구리 멸종이라는 두 점을 잇는 대목에선 지구에 미안한 마음이 솟았습니다. 우리의 편리함이 다른 생명의 고통을 낳는 지점을 포착해 주시는 작가님의 문장들이 마음을 찌릅니다.
복작거리는 도시의 사무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집어들다가, 머릿 속에서 순천만의 일몰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까지 날아가는 제비들이 생생하게 펼쳐졌습니다. 오늘 지구용이 좀 감상적이라고요? 그만큼 지구의 온갖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그리고 굳이 따로 사서 부모님과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선물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런 좋은 책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출판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초록이 가득한, 바람 소리와 새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서 읽으시길 강력히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