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대표적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첫 유세에 나서며 차기 대선 레이스를 본격 가동했다. 다만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당심’을 넘어 ‘민심’은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며 민주당 내에서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최대 노조인 미국노총(AFL-CIO)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 대통령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국내 제조업 활성화 계획을 강조했다. 그는 ‘인프라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입법 관련 투자 성과를 소개하며 “제가 한 모든 일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미국 노동자와 미국 물건, 미국 제조 시설 등을 이용해 미국에서 만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300만 개 일자리 창출과 4% 미만의 실업률 기록 성과 등을 언급하며 “바이드노믹스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그가 2020년 대선 때와 같은 곳에서 유세를 시작한 것은 노조를 등에 업고 경합주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의 대권 도전을 “공화당의 불확실성과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은 지지율 1위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를 안은 채 다른 경선 후보들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반면 “바이든이 앞둔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명목상 경쟁’에 불과하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순조롭게 시작한 유세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당내 지지율은 압도적일지라도 국정 수행 지지율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선거 조사 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인의 40.6%가 바이든의 국정 수행을 지지한 반면 54.9%는 반대했다”고 전했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셀링포인트’는 공화당 경선 승리가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미 이긴 전적이었지만 이마저 무색해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EPIC-MRA가 전날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또 다른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둘의 지지율은 44%로 동률이었다. 비호감도 역시 바이든 대통령 52%, 트럼프 전 대통령 57%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1%포인트 밀렸다. 이에 WSJ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잠재적 재대결은 누가 ‘덜’ 인기 있는지를 가리는 경쟁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