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술협력까진 갈 길 멀다"…'AI 만리장성' 쌓는 중국

◆美국무 5년만의 訪中

시진핑 "美 AI기술 환영" 밝혔지만

미중, 챗봇서비스 중단하며 신경전

中, 美빅테크 대항마 챗봇 속속 공개

14억 빅데이터·2조대 보조금으로 승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과 관련한 기술협력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픈AI의 챗GPT가 중국 정부에 의해 차단되고, 오픈AI도 중국에서 서비스를 제한하는 등 AI 주도권을 놓고 양국 간 견제가 심화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기술 발전과 직결되는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치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변국의 AI 견제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미국 빅테크에 맞설 AI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18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현격한 만큼 AI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의 협업을 굳이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16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의 회동에서 “미국 회사들의 AI 기술이 중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S는 생성형AI 업체인 오픈AI에 110억 달러(약 14조 원)라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오픈AI가 출시한 챗GPT 서비스는 전 세계에 AI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MS와의 협업 시 유리한 점이 많다.



미국 기업들 또한 세계 2위 규모의 시장인 중국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보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베이징AI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AI 콘퍼런스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 시스템의 등장으로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 최고의 AI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발전된 AI 시스템의 얼라이언트(정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세계 최고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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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왼쪽)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빌 게이츠(왼쪽)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중국 정부와 미국 기업 간의 속내와 다르게 국제적 역학 관계 및 사회적 이슈 등으로 인해 양측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구글과 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홍콩에서 AI 챗봇 서비스를 접속하지 못하도록 제한 중이라고 보도했다.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는 홍콩과 중국 본토 외에도 북한·시리아·이란 등을 접속 제한 국가 리스트에 넣었다. WSJ는 “2020년 6월 제정된 홍콩국가보안법은 중국에 대한 비판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AI가 이 법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쏟아낼 경우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 2월에는 중국 주요 기업들이 당국의 압력으로 챗GPT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기술 기업들이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중국의 생성형AI 관련 기술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빅테크와의 협업보다는 자체 AI 기술 고도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대비 AI 기술 격차는 중국(0.8년), 유럽(1년), 한국(1.3년) 순으로 중국의 기술력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2016년 2.3년이던 미중 간의 기술 격차는 5년 만에 0.8년으로 줄어드는 등 인력과 같은 핵심 자원을 미래 사업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어 1위 사업자와의 격차를 좁히는 중국 특유의 산업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 3월에는 중국 최대 검색 기업인 바이두가 AI 챗봇 ‘어니봇’을, 4월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AI 챗봇 ‘퉁이첸원’을 각각 공개하는 등 기술 자립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중국의 AI 기술 원동력은 개인정보 보호 수집에 유리한 공산당 체제 특성과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다. 개인정보 이슈로 관련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응해 자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가 본토 증시에 상장한 반도체 기업 190곳에 지급한 보조금만 총 121억 위안(약 2조 31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비상장 또는 국영기업 등에 지원한 금액을 감안하면 최소 수십조 원을 중국 내 반도체 생태계에 쏟아부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낮은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수준의 AI를 선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이유로 블링컨 장관과 게이츠 창업자의 중국 방문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AI 기술협력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강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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