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진행하는 프레젠테이션은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본부가 있는 프랑스 한복판인 파리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프랑스를 공식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는 산유국인 사우디와 에너지 안보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사우디는 프랑스 방산 물자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국가다.
윤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 리야드와 경쟁하고 있는 부산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에 나선다. 한·프랑스 정상회담과 연계된 이번 일정에서 윤 대통령이 사우디로 마음이 기운 마크롱 대통령을 직접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11월 말 엑스포 주최국 선정의 분수령이 되는 만큼 윤 대통령도 정상외교 차원에서 총력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이에 맞춰 윤 대통령은 프랑스를 방문하기 전인 17일(현지 시간) 프랑스의 유명 일간지 ‘르 피가로’에 올린 기고문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자유주의와 인권·법치를 공유하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프랑스 국민들을 향해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세력 간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와 평화가 위협에 처했다”며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2024~2025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안보에 관해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프랑스가 일관되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규탄하고 한국을 지지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프랑스가 경제와 문화 동반자 관계 모두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장차 한·프랑스 경제협력은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배터리·디지털 분야에서 프랑스에 투자하고, 프랑스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항공·우주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한다면 상호 보완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모두 경쟁력이 높은 원자력발전과 방위산업은 물론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수소에너지 공동 개발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사실과 BTS(방탄소년단)·블랙핑크 등을 언급하며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동반자 관계가 더욱 각별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항구도시 부산은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며 부산엑스포에 대한 지지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1950년 프랑스의 청년들이 전쟁 중인 한국을 구하기 위해 도착했던 바로 그곳”이라며 “우리 한국인들은 프랑스 국민과 함께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하는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기고문은 안보와 북한 문제, 에너지, 경제협력 등 양국이 논의할 한·프랑스 정상회담 의제의 축소판이다. 기고문에서 윤 대통령이 부산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당부해 자연스럽게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관련 대화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해외 순방 기간(19~24일) 중 프랑스 파리와 국빈으로 방문하는 베트남에서 대대적인 경제외교에도 나선다. 파리에서는 부산엑스포유치지원민간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지원에 나선다. 또 베트남에는 국내 주요기업 총수와 중소·중견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윤석열 정부 최대 규모인 205명의 경제사절단이 함께 방문해 양국의 경제협력 확대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