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다가 길 위에서 숨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응급 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로 인해 중증 응급 환자의 사망률이 지역별로 최대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뇌졸중·심근경색 등 중증 응급 환자의 인구당 사망자 수가 뇌졸중의 경우 경북이 2.62명으로 가장 적은 세종의 1.5배에 달한다. 또 심근경색은 경북 10.5명으로 세종보다 6.5명 많다. 현행 응급 의료 체계가 특히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뇌졸중, 심근경색, 다발성 외상 환자 등 중증 응급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경북·충남·전남의 인구당 사망자 수(뇌졸중 기준)는 각각 2.62명, 2.10명, 1.94명으로 전국 평균인 1.76명을 크게 상회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중증 응급 환자를 볼 수 있는 신경·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전국 평균보다 최대 3.5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 부족을 해소하고 응급 의료 체계의 개선을 위해 공공의대를 신설해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확보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중증 환자를 강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소방청 ‘현장·병원 도착 평균 소요 시간 현황’에 따르면 응급 환자 이송 시간이 2018년 17.4분에서 2022년 20.3분으로 크게 늘었다. 또 ‘재이송 건수 및 사유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재이송 건수는 총 5375건으로 이 중 병상 부족과 전문의 부재로 인한 재이송이 각각 1093건과 1783건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행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민간에서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 응급 의료 체계를 공공의료로 전환하고 이에 맞는 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과 함께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역할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승준 한양대 의대 교수는 “중증 응급 환자를 바로 권역센터에서 다룰 수 있도록 의료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아산병원이나 삼성의료원 같은 역량 있는 병원들이 지역센터가 아닌 권역센터로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기민 한양대 보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민간 의존도는 92%가 넘는데 공공의료의 비율이 30%는 돼야 안정적인 환자 관리가 가능하다”며 “민간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공의료가 일정 부분을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