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회동은 그 내용뿐 아니라 자리 배치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 주석은 두 개의 긴 테이블 한쪽에 손님인 블링컨 장관 일행, 다른 한쪽에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각각 앉은 가운데 마치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으로 회동을 진행했다.
이는 2018년 6월 시 주석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2016년 4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각각 면담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자리 배치다. 시 주석은 폼페이오, 라브로프보다 격이 높지만 그들의 예방을 받았을 때는 외교 관례에 따라 탁자를 사이에 둔 채 나란히 배치된 두 개의 의자에 각각 앉아 대등한 위치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치 양측 간 회담에 상급자가 잠시 들러 격려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이를 통해 최근 미중 관계의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 미국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물러서지 않는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미국과 자국민에게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먼 길을 날아온 블링컨 장관을 미국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만나긴 하되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이런 모습을 연출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에게 국가 관계에 대해 “상호 존중하고 성의를 다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또 자국민에게는 미국에 뭔가 아쉬워서 하급자인 미 국무장관을 만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 한 것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3연임 임기에 들어간 시 주석의 정치적 위상을 부각하기 위해 외빈 예방과 관련한 의전 원칙을 새롭게 정립한 결과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국가주석 3연임 임기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