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엔화 약세 장기화 우려, ‘수출 낙관론’ 벗어나 경쟁력 대책 마련하라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이 장중 한때 100엔당 897.49원까지 떨어졌다. 원·엔 환율이 9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5년 6월 25일 이후 8년 만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과 정반대로 일본만 나 홀로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국 통화 대비 하락률이 컸던 원화 가치는 반도체 업황 호전 등 기대감으로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 관계인 자동차·기계·전기전자 등 우리 주력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간 제조업 수출 경합도는 69.2로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다. 엔화 가치가 1%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0.6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 여행객이 늘면서 여행 수지가 더 악화하고 경상수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더구나 한일 간 통화정책 디커플링으로 원·엔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행(BOJ)은 예상보다 느린 물가 하락에 당분간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근원물가 상승률 불안으로 통화 긴축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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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 경제팀은 올해 경제가 하반기에 점차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해왔다. 내수가 완만하게 나아지고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고 있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의 통화 긴축 등 대외 악재와 맞물려 우리나라의 수출과 경상수지가 동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팀도 낙관론에서 벗어나 엔화 약세 상황에서의 수출 촉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엔저는 우리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이지만 개별 기업의 대응은 더 어렵다. 정부는 원·엔 환율 변동에 민감한 수출 기업에 자금 공급 및 위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전략에 대응한 범정부 차원의 맞춤형 지원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 구조를 고도화하고 국내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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